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반드시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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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佛典) 속 명구(名句) 여행] 24. 금강경 원문 구절에서/ 육조 스님의 참고 해설 / 채근담에서




 또다시 밝아온 새해에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듬뿍 담긴 불성세포들이 골수 깊은 속에서 깨어나고 얼굴의 모공마다 활짝 깨어나고 손가락 발가락에서도 깨어나 건강한 활력을 누리는 하루하루가 될 것이 틀림없다. 불성세포가 깨어나는데 가장 좋은 특효약은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직위를 내가 임시로 맡아서 관리하고 있는 명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직접 명패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명패처럼 온 몸의 이구석 저구석이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것이라고 수많은 선지식분들이 표현만 다르게 해서 말씀해놓았다.

 금강경 원문을 한 줄 읽어본다.


如來說 一切諸相 卽是非相
여래설 일체제상 즉시비상

又說 一切衆生 則非衆生
우설 일체중생 즉비중생


여래께서 설하셨다.
모든 상은 상이 아니다.
또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은 중생이 아니니라.



 중생이 중생이 아니라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러면 여래는 여래가 아니라는 말도 성립되는 것일까.

 육조 스님의 참고 해설을 들어본다.


如者 不生
여자 불생
來者 不滅
래자 불멸
不生者 我人不生
불생자 아인불생
不滅者 覺照不滅
불멸자 각조불멸


여(如)는 생겨나지 않는다는 말이고
래(來)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상과 인상이 생겨나지 않는 것이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깨달음으로 비추어주는 작용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육조스님께서 여래라는 말을 좀 더 풀이해 주신다.



如來者 여래자
無所從來 무소종래
亦無所去 역무소거
故名如來 고명여래


여래는 어디로부터 온 곳이 없으며
어디로 가는 곳도 없으니
그 때문에 여래라고 이름붙인 것이다.


 여여하게 오신 분이라는 말이다. 가는 것도 여여하게 가신다. 가고 옴에 모든 것이 여여해진다면 참으로 좋을텐데 우리네 사바세계 일상사는 머리로는 여여함을 생각하면서도 손가락과 발가락은 끊임없이 여여하지 못한 곳으로 향할 때가 더러더러 있다. 채근담에서는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문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風來疎竹
풍래소죽
風過而竹不留聲
풍과이죽불유성


바람이 성근 대나무 숲으로
불어옴에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나무 숲은 바람소리를
붙잡아 두지 않는다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왔다가 지나간다. 문제는 그 일이 지나갔는데도 내 마음은 여전히 그 일을 붙잡고 씨름하느라 지금 눈앞에 온 일을 소홀하게 대해버리는 경우가 만번에 한번씩은 누구나 경험한다. 여름날 찌는듯한 무더위가 푹푹 찔 때 대나무 숲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생각만 해도 얼마나 시원한가.

 우수수수 서걱서걱 대나무 잎을 스치고 대나무 전체를 흔들면서 지나간다. 바람이 대나무 숲을 지나가는 동안에는 온갖 소리가 난다. 대나무 잎이 아예 귓속으로 들어와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소낙비라도 한 줄기 지나가면 대나무 잎에 후두둑 튀어올랐다 땅바닥으로 낙하하는 물방울이 허공에서 잠깐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나무 숲은 이내 조용하다 못해 고요해진다. 듣고 있던 내 머릿속도 고요함의 세계로 잠시 이동한다. 잠시 후에 다시금 발동하는 아상과 인상이 문제다.


如來說 여래설
我人等四相 아인등사상
畢竟可破壞 필경가파괴
非眞覺體也 비진각체야
一切衆生 일체중생
盡是假名 진시가명


아상과 인상 등의
네가지 상은
필경에는 부서져버리는 것이니
진실한 깨달음의 몸이 아니고
모든 중생에게 붙여져 있는 이름은
모두가 임시로 붙여놓은
거짓 이름이라네.


 대나무 숲은 바람소리를 붙잡지 않는데 우리네 머릿속은 바람소리도 붙잡고 대나무 잎도 붙잡고 대나무 줄기도 붙잡는다. 밧줄로 꽁꽁 묶으라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실체 없는 근심걱정을 허리띠로 두르고 무거운 다리를 움직인다.

 염라대왕도 근심걱정은 있는 모양이다. 염라대왕이 그만 재채기를 하는 바람에 아직 불러오지 않아도 되는 세 젊은이의 촛불을 꺼버렸다. 영문도 모른채 붙들려온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소원을 말해보라고 한다.

 첫번째 젊은이는 “제발 건강하면 좋겠습니다.”하고 말했다. “그거 뭐 어려운 일 아니다.”하고 염라대왕이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조치했다.

 두 번째 젊은이는 권력을 잡고 한번 휘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도 들어주었다.

 세 번째 젊은이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염라대왕님 건강도 좋고 권력도 좋긴한데 저는 근심걱정이 좀 없었으면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염라대왕이 잠시 숨을 고르더니 젊은이에게 바짝 다가가서 말했다.

 “여보시오 젊은 양반, 근심걱정 없는 그런 곳이 있으면 나 좀 데려가 주시오.”


若離妄心 약리망심
卽無衆生可得 즉무중생가득
故言 고언
卽非衆生也 즉비중생야


만약에 허망한 마음만
여의어 버린다면
얻을만한 중생이 없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중생이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허망한 마음은 어떻게 여의는가. 바람소리가 나지 않게 할 일이다. 혈액도 흘러도 좋지만 머릿속에 시끄러운 바람이 흐르면 온몸이 서걱거린다.

 혹여 바람이 불면 바람을 그냥두면 저절로 그치게 되어있다. 대숲이 바람지나고 나면 고요해지는 것처럼.

 새해에는 틀림없이 모든 한사람 한사람의 머릿속에 서걱거리는 바람이 평온하게 잦아들 것이다.






· 글: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 출처: 미디어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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