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반드시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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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佛典) 속 명구(名句) 여행] 23. 종밀 선사 - 금강경 서문에서




종밀 선사께서 쓰신 금강경 서문을 읽어본다.

故我滿淨覺者 고아만정각자
現相人中 현상인중
先說生滅因緣 선설생멸인연
令悟苦集滅道 영오고집멸도


그러므로 우리 만정각자께서
인간세계 가운데 모습을 나타내시어
먼저 생멸의 인연을 설하여
고집멸도를 깨닫도록 하셨네


 부처님은 깨달음으로 온 몸과 마음이 꽉차 계신 분이다. 그 때문에 가득찰 만(滿)자를 썼다. 청정하기도 이를 데 없다. 보살의 경지에 계신 분은 나눌 분(分)자를 쓴다. 우리 몸도 건강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손톱 발톱 끝의 모세혈관까지 건강에너지가 미세하게 흘러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가 모양도 없는 마음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이것이 영원한 것이라고 믿다가 그것이 어느 날 슬그머니 사라져버리는 데 있다. 재산도 영원히 머물러주지 않고 친구도 부모님도 내 곁을 영원히 지켜주지는 못한다. 고집멸도의 가르침은 그 영원하리라는 집착을 가루처럼 부수어 주는 힘이 있다.


旣除我執 기제아집
未達法空 미달법공
欲盡病根 욕진병근
方談般若 방담반야


이미 아집은 제거되었으나
법공의 이치를 아직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병의 뿌리를 끝까지 뽑아주시려고
바야흐로 반야의 가르침을 설하셨네


 나라는 존재도 홀로그램처럼 사실은 텅 비어 있고 세상만물도 만져지기도 하고 잡을 수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텅 빈 홀로그램이다. 나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 집착을 놓기도 쉽지 않다. 이 온 세상도 텅 비어 있으니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는 세상을 비우라고 설하고 계신 것이 금강반야의 가르침이다.


心境齊泯 심경제민
卽是眞心 즉시진심
垢淨雙亡 구정쌍망
一切淸淨 일체청정


마음과 경계가 모두 씻은 듯이 없어져야
바로 진실한 마음이요.
더럽고 깨끗함의 분별심이
둘 다 없어져야
일체가 청정해진다네.


 기체 다이아몬드가 있고 액체 다이아몬드가 있고 고체 다이아몬다가 있다. 세 가지가 살짝 살짝 섞인 형태로 되어있는 다이아몬드도 있다. 우리의 콧구멍을 통해서 들락날락 하는 호흡에너지는 기체 다이아몬드이다. 혈관을 통해 몸 끝까지 퍼져나갔다가 어영차하고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은 액체 다이아몬드이다. 근육과 뼈와 인대 신경 등등도 적당한 밀도를 각각 유지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들이다. 마음은 그 기체, 액체, 고체 이전의 원천 에너지이다. 따라서 마음을 조절할 수만 있으면 우리 몸의 기체에너지와 액체에너지와 고체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것에 집착하는 순간 마음이 굳으면서 몸의 어느 부분이 확 굳어버리고 몸의 굳은 부분이 마음의 굳은 상태를 강화시킨다는데 있다.

 액체 에너지로 흘러야 하는 혈액의 일부가 딱딱하게 굳어버리거나 반고체가 되거나 하면 마음이 한없이 불편해지면서 코와 입으로 들락거리는 기체 에너지에 독소를 첨가시켜버린다. 뼈마디와 뼈마디를 연결시켜주는 관절이 고체처럼 굳어버리면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가 부딪치는 온갖 현상이 몸에 일어난다. 각각의 기체 액체 고체가 각각의 형태로 흘러줘야 몸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집착을 훨씬 덜하면서 생활을 할 수 있다. 복숭아뼈끼리 사이좋게 지내지 않고 각진 다이아몬드가 되어서 서로가 서로를 찌르거나 밀기라도 할라치면 머리꼭대기 끝까지 신경이 곤두서서 금강경을 읽고 외우고 거꾸로 읽을 수 있다해도 규봉 스님이 말하는 마음과 경계가 모두 사라지는 경계는 그저 추상적인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다.

 뒷목 어디쯤이 다이아몬드처럼 굳기라도 하면 천하의 고집불통이 된다. 수시로 찾아드는 두통은 잊을만 하면 고개를 들고 굳은 고개를 돌려댄다. 숨이 컥 막히면서 독소를 지구의 공기에 공급하기도 한다.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 보시도 저절로 하게 되고 지혜도 무럭무럭 증장된다. 딱딱한 뼈마디가 기체처럼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발걸음도 사뿐해지고 미소도 저절로 머금어진다. 세상사에 한없이 너그러워지게 된다. 우리 모두가 함께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진리의 세계로 부처님께로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때로는 준엄한 자기반성과 공동의 반성도 필요하다.

 기체 다이아몬드에도 가루 형태로 되어 있는 것이 있다. 이름하여 기체 다이아몬드 가루이다. 밀가루보다 훨씬 곱고 미세하다. 갠지스 강의 모래는 밀가루보다 훨씬 가루가 곱다. 기체 다이아몬드 가루는 그보다도 훨씬 곱다. 날개뼈가 고운 기체 다이아몬드 가루로 조화롭게 형태를 유지하면 마음이 편안해지지만 조금이라도 거친 부분이나 덩어리가 있으면 그 다음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금강경을 읽노라면 이러저러하게 굳어서 덩어리를 이루고 있던 몸의 어느 부분들이 갠지스 강의 모래알처럼 사르륵사르륵 풀리는 느낌이 온다. 액체 다이아몬드의 수분 입자도 훨씬 고운 입자로 전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호흡도 훨씬 미세하게 부드러워진다. 그렇게 몸의 기체입자와 액체 입자와 고체 입자가 부드러워지면 눈앞에 펼쳐 놓은 금강경의 한글자 한글자가 동시에 환하게 부드럽게 웃기 시작한다. 그 전에 읽을 때는 신경을 바짝 써야 이해되던 구절이 물 흐르듯 마음속으로 쑥쑥 흘러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지면서 몸의 기체 액체 고체가 더더욱 부드러워진다.

 금강경의 한 구절이라도 반복해서 읽으면 반복하는 만큼 문장의 구절도 부드러워지고 문장구절이 부드럽게 이해되는 만큼 몸도 마음도 따라서 부드러워진다.


善男子者 선남자자
平坦心也 평탄심야
亦是正定心也 역시정정심야
能成就一切功德 능성취일체공덕
所往無碍也 소왕무애야


선남자라 함은
평탄심이며
바른 선정의 마음이니
일체 공덕을 성취하여
가는 곳마다 걸림이 없다네


善女人者 선여인자
是正慧心也 시정혜심야
由正慧心 유정혜심
能出一切有爲無爲功德也 능출일체유위무위공덕야


선여인이라 함은
바른 지혜의 마음이니
이 바른 지혜의 마음을 통해서
모두 유위의 공덕과 무위의 공덕을
낼 수 있다네


 육조 스님의 해설이다. 금강경을 읽는 선남자, 선여인들에게 한없는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시는 말씀이다. 손에 쥐고 있는 만년필의 촉까지도 따뜻해지는 느낌을 이 구절을 읽으면서 받고 있다.

 가는 해 오는 해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축원 올린다.






· 글: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 출처: 미디어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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