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반드시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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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佛典) 속 명구(名句) 여행] 19. 통윤 스님의 말씀 유마경의 문수사리문질품 중에서




在生死而爲生死汚者 爲凡夫
재생사이위생사오자 위범부

在涅槃而爲涅槃縛者 爲二乘
재열반이위열반박자 위이승

今處生死而不汚 住涅槃二不滅
금처생사이불오 주열반이불멸

是菩薩時中之行野
시보살시중지행야

생사의 세계에 있으면서
생사윤회에 물드는 것은 범부이고
열반의 세계에 있으면서
열반의 세계에 묶임을 당하는 것은 이승(二乘)이다.

지금 생사의 세계에 거처하면서도
물들지 않고
열반의 세계에 머물면서도
완전히 입멸에 들어가지는 않는
이것이 보살이 때에 딱맞게 하는 실천행이다.


 명나라의 통윤 스님은 유마경의 《문수사리문질품》을 풀이하는 끝단락에서 위와 같이 설파하고 있다. 나는 중심을 잡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어느 한쪽에 많이 치우쳐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연꽃의 비유가 늘 등장하지만 나의 실전 인생살이가 연꽃처럼 되기가 어디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던가.

“나쁜 일 하지 않고 착한 일 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오.”
하고 조과 도림 스님이 말했을 때 태수 백거이가

“에이 큰스님, 거 뭐 8살짜리 아이도 뻔히 아는 일 아닙니까?”
하고 덤벼들자,

“8살짜리 아이도 아는 것이지만 80된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오.”
하고 스님께서 잔을 돌려주었다는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사방이 유리로 벽이 되어있는 곳에 앉아있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갑자기 바닥부터 무엇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니 펄펄 끓는 붉은 용암수이다. 내가 전생은 물론 금생에도 지은 업이 많아서 화탕지옥의 과보가 오나보다 그냥 체념해버렸다. 문득 30년 저편에 찾아왔던 어깨를 인두로 지져대는 듯한 통증이 불현 듯 과거회상형으로 떠올랐다.

날개뼈 골수 속을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벌겋게 달구어진 인두들이 돌아다녔다. 그 뼈가 깨지는 듯 아프면서 동시에 깝깝해지는 답답함이라니…….

나중에 생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이 인두를 현장에서 직접 벌겋게 달구면서 국문하는 세조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살이 지져지고 뼈가 튀는데 그 통증을 느글느글하게 즐기면서 “인두가 좀 식은거 같소. 좀 더 벌겋게 달구시지요.”

진작에 이 얘기를 들었더라면 날개뼈를 지져대는 인두의 춤을 좀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날개뼈 모서리로 인두가 스윽스윽 지나가던 그 순간에는 이놈의 어깨를 어디로 쑥 빼버릴 수는 없나하는 생각만 들었다.

서서히 차오르는 저 붉은 용암수가 발가락과 발목을 지져대겠지만 성삼문이 인두를 즐겁게 즐긴 것처럼 즐기면서 좀 참아보다가 죽어지면 뭐 행복한 일이지 하는 생각을 느긋하게 하고 있는데 발가락 끝이 뜨끔하기도 하고 따끔따끔하기도 하더니 어라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만난 스님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저기 많이 아프신 분이데 통증이야기를 하다가 관운장 얘기에 이르렀다. 스님이 말했다.

“관우가 바둑을 두면서 어깨에 맞은 독화살의 독을 묵묵히 빼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데 차라리 아프다고 소리지르고 아야아야해야 ‘정겨운 관우’ 아니겠습니까?”

나는 만해 한용운 스님 얘기를 해드렸다.

요약하면 이렇다. 만주에 있는 독립군을 만나러 가서 일을 보고 나오는데 이 독립군이 그만 무슨 오해를 했는지 등 뒤에서 만해 스님에게 총을 쏘았다. 어깨와 머리사이 목뼈부근인가 어디에 총알이 박혔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 어느 의사를 만나 박힌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받았다. 물론 마취니 뭐니 하지 않은 채였다. 태연하게 몸부림도 치지 않고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은 모습에 기독교인이었던 의사도 감복했다고 한다. 이 의사가 “이런 사람도 있더라.”하고 얘기하는 바람에 세상에 이 얘기가 알려졌는데 만해 스님도 훗날 어디에 쓴 글에서 “그런 일이 있긴 했는데 아득해진 의식 속에서 빠각빠각 뼈를 긁어내는 소리가 들렸다.”라고 썼다한다. 이 만해 스님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근대불교를 연구하시는 김광식 선생님께 몇 년 전에 들은 이야기이다.

발바닥이 얼마나 통증에 시달리는지 발목이 뒤틀릴 뻔했다. 성삼문과 관우와 만해 스님을 생각하면서 양 발목에 지긋이 입체적으로 힘을 주면서 그래 이 화탕지옥의 맛을 즐기자 하고 생각했다. 메르스도 아니고 발바닥통증인데 좀 참아보자 참아도 소용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뭐 달리해볼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발바닥의 통증이 아주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눈이 떠졌다.

여기 저기 유리로 벽이 되어있는 조계사 근처 카페이다. 잠시 앉아서 조는 사이에 화탕지옥이었는지 청량연못이었는지 하여간 어디를 다녀오긴 다녀왔다. 그나저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메르스 사태>가 어서 하루라도 빨리 진정되게 해주십사 불보살님 전에 축원을 올린다.

따뜻해진 발목으로 통윤 스님의 말씀을 또 읽어본다.



凡夫處垢不入淨
범부처구불입정

二乘守淨不入垢
이승수정불입구

卽垢淨而不離垢淨者
즉구정이불리구정자

是普薩時中之行也
시보살시중지행야


범부는 때묻은 세계에 거처하면서
청정한 세계에 들어가지 않고
이승(二乘)은 청정한 세계를 지키면서
때묻은 세계에 들어가지 않는다.

때묻은 세계와 청정한 세계로 나아가지도 않고
때묻은 세계와 청정한 세계를 떠나지도 않는
이것이 보살이 때에 맞게 행하는 실천행이다.






· 글: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 출처: 미디어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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