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일이다.
“우기가 아니었는데 폭우가 쏟아져서 길이 끊어졌어요.”
몇 달 전에 네팔 루트를 통해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오신 분이 들려준 이야기다. 지진은 이미 오래전에 눈에 보이고 피부로 느껴지게 예고되어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인간의 장비로는 측정이 안되는 엄청난 지열이 이미 네팔의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퍼뜩 언젠가 들었던 화타의 형님들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뭐그리 중요하지 않다. 화타에게 형님둘이 있었다고 한다. 명의의 피가 흐르는 집안이다. 큰형님은 사람들이 아예 병에 걸리지 않도록 지극히 자연스럽게 예방해주었다. 둘째 형님은 약간의 조짐이 있을 때 조심하도록 조언을 해서 병에 걸리는 확률이 확 줄어들도록 해주었다. 화타는 이미 중병이 찾아온 사람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었다.
화타의 형님들은 차원이 다르게 화타보다도 더 훌륭한 명의였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화타보다 더 훌륭한 명의를 알아보는 눈이 갖추어지기가 쉽지 않다. 히말라야의 나무와 바위와 바람은 곧 지진이 날거라고 목 메이게 외쳤다. 허나 그 목소리를 알아듣는 귀가 아직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다.
자동차 타이어의 압축공기가 유지되도록 미리 조치해주는 사람은 크게 고맙지 않고 펑 터지고 나서 타이어를 기워서 공기를 넣어주면 그 사람은 더없이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다. 타이어 입장에서 보면 그 자동차의 주인이 참 한심하겠지만 자동차의 주인은 타이어의 기분 같은 것은 아예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뭉텅 잘려나가는 타이어 조각의 비참함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 조각을 잘라내는 가위의 어쩔 수 없는 눈물은 현재 지구에 있는 카메라로는 촬영이 아예 불가능하다.
잘라내는 순간에 가위가 “미안합니다. 자르겠습니다.”하고 말하고 “어쩔 수 없지요. 이왕 잘라낼거 확 잘라내세요.”하고 타이어가 말하고 있는데 그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녹음기가 어디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이번 네팔 지진이 일어날 때도 저 히말라야 밑의 지층들이 갈라지기 시작할 때 지층들이 다함께 목소리를 합쳐서 지상에 건물을 짓고 있는 사람들에게 빨리 피하라고 방송을 했을 것이다. 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장비가 없으니 어째볼 수 없다. 쓰나미 파도들도 사람들에게 빨리 피난가라고 방송하면서 해안가를 향해 달려갔을 것이다.
원각경(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에서 부처님은 과거현재미래에 통용되는 실시간 생중계방송을 하고 계신다. 잠시 마이크를 부처님께 드린다.
彌勒汝當知
미륵여당지
一切諸衆生
일체제중생
不得大解脫
부득대해탈
皆由貪欲故
개유탐욕고
墮落於生死
타락어생사
若能斷憎愛
약능단증애
及與貪瞋癡
급여탐진치
不因差別性
불인차별성
皆得成佛道
개득성불도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알지어다.
모든 중생들이
대해탈을 얻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탐욕때문이니
이 때문에 생사윤회에 떨어지느니라.
만약 미워함과 좋아함과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잘라내 버릴 수 있다면
차별성에 이끌리지 않고
다함께 불도를 완성할 것이니라.
MRI 촬영이나 CT 촬영을 통해서 탐욕이 누워있는 곳을 몸속에서 찾아낼 수는 없을까. 뇌속이나 손가락 끝이나 발가락 끝이나 또 어디에 들어있는지 알아내서 싹둑 수술로 자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부질없이 해본다. 미움덩어리, 질투심덩어리가 있는 곳을 찾아내기만 하면 어떻게 용해제라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스케일이 좀 큰 MRI장비로 지구 속 전체를 속속들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촬영해서 지진을 일으키려고 꿈틀거리고 있는 곳을 찾아내어 피난시키기도 하고 하면 재난 예방에 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련만 기술과 비용도 그렇고 그 큰 카메라를 설치할 곳도 우선 마땅치가 않다. 아니다. 그런 카메라는 잠시 생각해보니 개발해서는 안되겠다. 지구 깊은 속의 온갖 꿈틀거림이 실시간으로 지상에 살고 있는 지구인들에게 중계되면 피난 준비하다가 일생이 모자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장마가 오기 전에 줄지어 피난대열을 이루는 개미들은 시스템이 전혀 다른 방송을 듣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귀신보다 정확하게 알고 피난을 갈 수 있단 말인가. 어린시절 그 개미 줄을 살짝 지웠던 지중한 업을 지금 통열하게 참회하고 있다.
조계사 앞마당의 보리수나무도 불교방송에서 “이제 나뭇잎을 꺼내서 밖으로 나갈 때 입니다.”하는 방송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때가 되면 어김없이 잎이 돋고 그 잎이 커지고 열매도 맺는다. 보리수나무의 나뭇잎은 무슨 방송을 듣고 있는 것일까?
세계 육상 100m 신기록을 세운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발을 치타가 보면 분명 뭐라고 한마디 할법도 한데 인간들은 그 기록을 빠르다고 박수를 보낸다. 사람들이 세우는 장대높이 세계신기록의 수백 배 높이를 모기나 파리는 전혀 힘들이지 않고 날아오른다. 수달은 스테로이드 복용도 하지 않고 전지훈련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세계 육상과 수영 신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기록으로 헤엄치기도 하고 달리기도 할 수 있다. 인간들만 어떻게 기록을 세워보려고 온갖 훈련을 하고 다른 나라 선수가 달리다가 넘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이래저래 탐욕이다. 탐욕이 어디에 들어있나 찾으려는 탐욕과 그 탐욕을 없애려는 탐욕 말고는 부리지 않는 탐욕이 없다.
그래도 그런 탐욕이 무엇인지 경전에서 중계방송해주는 부처님이 계셔서 희망도 동시에 있다. 부처님의 중계방송을 듣고도 들은척 만척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원각경에서 부처님은 보현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幻華雖滅
환화수멸
空性不壞
공성불괴
衆生幻心
중생환심
還依幻滅
환의환멸
諸幻盡滅
제환진멸
覺心不動
각심부동
허공의 허깨비 꽃이 사라져도
허공의 텅빈 에너지는
부서지지 않느니라.
중생의 허깨비 마음은
다시 허깨비에 의해 사라지나니
모든 허깨비가 다 사라져도
알아차리는 마음은
변동되는 것이 아니니라.
눈동자에 붙어있는 쬐그만 탐욕의 먼지를 떼어내기만 하면 먼지만큼만 보이던 내면의 세상과 바깥세상이 동시에 무한팽창 은하계로 팽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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