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의 <불국품(佛國品)>에 나오는 구절을 먼저 읽어본다.
우리 마음이 청정해지면 그에 따라서 불국토가 청정해 진다는 내용이다.
隨其方便 則成就衆生
수기방편 즉성취중생
隨成就衆生 則佛土淨
수성취중생 즉불토정
隨佛土淨 則說法淨
수불토정 즉설법정
隨說法淨 則智慧淨
수설법정 즉지혜정
隨智慧淨 則其心淨
수지혜정 즉기심정
隨其心淨 則一切功德淨
수기심정 즉일체공덕정
是故 寶積
시고 보적
若菩薩欲得淨土 當淨其心
약보살욕득정토 당정기심
隨其心淨 則佛土淨
수기심정 즉불토정
방편을 따라서 중생을 성취시키고
중생을 성취시켜줌을 따라서
불토가 청정해지고
불토가 청정해짐을 따라서
설법이 청정해지고
설법이 청정해짐을 따라서
지혜가 청정해지고
지혜가 청정해짐을 따라서
그 마음이 청정해지고
그 마음이 청정해짐을 따라서
일체 공덕이 청정해지나니
그러므로 보적이여,
만약에 보살이 정토를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마음을 청정하게 할지니
그 마음이 청정해짐을 따라서
불국토가 청정해지느니라.
이때 사리불이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만약에 보살의 마음이 청정해지면 그에 따라서 불국토가 청정해지는 것이라면 우리 석가세존께서 본래 보살이었을 때 마음이 부정하지 않았을 텐데 이 불국토가 청정하지 못한 것이 이와 같을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의 생각을 퍼뜩 아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해주신다.
於意云何 日月豈不淨耶
어의운하 일월기부정야
而盲者不見 對曰 不也 世尊
이맹자불견 대왈 불야 세존
是盲者過 非日月咎
시맹자과 비일월구
舍利弗 衆生罪故
사리불 중생죄과
不見如來 國土嚴淨
불견여래 국토엄정
非如來咎 舍利弗
비여래구 사리불
我此土淨 而汝不見
아차토정 이여불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해와 달이 부정하기 때문에
맹인이 보지 못하는 것이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맹인의 잘못이지,
해와 달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리불이여!
중생의 잘못으로 여래의 국토가 장엄하고 청정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니 여래의 잘못이 아니니라.
사리불이여!
나의 국토는 청정하건만 그대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라.
이때 부처님께서 발가락으로 땅을 지그시 누르셨다. 그러자 엄청나게 많은 보배로 장식되어 있는 삼천대천세계가 나타난다. 모든 대중들이 미증유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각자 자신들이 모두 보배 연꽃 위에 앉아있는 것을 본다.
佛告舍利弗
불고사리불
汝且觀是佛土嚴淨
여차관시불토엄정
舍利弗言 唯然世尊
사리불언 유연세존
本所不見 本所不聞
본소불견 본소불문
今佛國土 嚴淨悉現
금불국토 엄정실현
佛告舍利弗
불고사리불
我佛國土 常淨若此
아불국토 상정약차
爲欲度斯 下劣人故
위욕도기 하열인고
示是衆惡 不淨土耳
시시중오 부정토이
譬如諸天 共寶器食
비여재천 공보기식
隨其福德 飯色 有異
수기복덕 반색유이
如是 舍利弗
여시사리불
若人心淨 便見此土功德莊嚴
약인심정 변견차토공덕장엄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우선 이 불국토가 장엄하고 청정한 것을 보도록 할지어다.
사리불이 말씀드렸다.
예,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본래 보지도 못한 것이고 듣지도 못한 것입니다.
지금 이 불국토에 장엄하고 청정한 것이 모두모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불국토는 항상 청정한 것이 이와 같지만
하열한 사람들을 제도하기 위해서 온갖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는 부정한 국토를 보여주고 있는 것뿐이니라.
비유하면 마치 모든 천신들이 다함께 보배 그릇에 밥을 먹을 때 각각의 복덕에 따라서 밥 색깔에 차이가 있는 것과 같으니라.
이와 마찬가지이니 사리불이여 만약에 어떤 사람의 마음이 청정하면 이 불국토가 공덕으로 장엄되어 있다는 것을 곧바로 보게 될 것이니라.
추석 연휴에 설악산 오세암을 다녀왔다. 유마경의 말씀을 온 몸으로 실감했다. 그전처럼 건강이 좋지 않았으면 분명 험한 산길이라고 마음속에서 불평이 무럭무럭 솟아났을 것이다. 아예 오세암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건강을 많이 회복하고 보니 산길이 그야말로 공덕으로 장엄된 길이다.
듬성듬성 자갈길이 나타나면 발바닥을 제대로 풀어주는 훈련 코스이다. 오르막은 종아리 근육과 척추 기립근과 등 근육을 단련시켜서 튼튼하게 해주는 공덕 장치이다.
오세암 직전에 나타나는 깔딱 고개는 참을성과 끈기를 길러주는 특별 장엄물이다. 깔딱 고개를 올라서서 오세암쪽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노라니 불국토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감로바람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다리가 부러졌던 것은 우리 몸의 뼈를 비롯해서 근육 인대 등등이 모두 무상한 것임을 뼈저리게 알려주는 불보살님들의 준엄한 경고였다.
정형외과에 실려 갔을 때 뼈가 깨지는 통증으로 아파 죽겠는데 “야 이거 중환잔데, 야 이거 중환자야.”하면서 환한 얼굴로 맞이해주던 의사 선생님은 인욕수행이 얼마나 되었는지 채점 시험감독 관세음보살님이었다. 하마터면 다리가 부러진 채로 일어나서 어떻게 할 뻔 했다.
최근에는 문자지옥에서 벗어나게 인도해주는 대선지식도 뵐 기회가 있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불전을 이제 온 몸으로 온 세상과 함께 읽도록 해주신 것이니 어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있으랴. 발바닥의 온 모공으로 살아있는 경전의 여행길을 걸으면서 한발 한발 온 몸으로 온 세상과 함께 걸어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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