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반드시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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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살해한 아자타삿투 왕


▲ 아자타삿투 왕자는 빔비사라 왕의 명에 의해 목숨을 잃은 선인의 환생이었다. 선인은 왕자로 태어나면 빔비사라 왕을 죽이겠다는 저주를 남겼다. 선인의 저주가 두려웠던 빔비사라 왕은 베데히 왕비가 왕자를 낳자 아무도 모르게 그를 높은 누각에서 떨어뜨렸다. 선인을 죽였던 것처럼 아들을 죽여 저주를 피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자사타삿투 왕자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2016년 03월 01일 (화)

부처님과 교단의 보호를 자처한 빔비사라 왕은 전륜성왕으로 칭송받는 마가다 국의 영웅이었다. 그의 유일한 고민은 왕비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한 것이었다. 왕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후궁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빔비사라 왕은 점술가와 바라문으로부터 현재 깊은 산 속에서 청정한 수행을 하고 있는 ‘위대한 선인’이 장차 베데히 왕비의 아들로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다만 선인의 수명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3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빔비사라 왕은 왕비에게서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는 말에 기뻐하였지만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결국 그는 선인을 몰래 살해하라고 명했다. 자객을 만난 선인은 그가 빔비사라 왕의 명령을 받고 왔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고 3년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자객은 피도 눈물도 없이 선인을 죽였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된 선인은 자신을 살해하라고 명령한 빔비사라 왕을 저주하며 증오를 품은 채 세상을 떠났다. 선인의 죽음을 확인한 빔비사라 왕은 3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하였으나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 불안함에 몸을 떨었다.





베데히 왕비의 잉태와 왕자의 탄생

선인이 살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베데히 왕비가 임신을 하였다. 빔비사라 왕이 얼마나 간절하게 왕자의 탄생을 기다려왔는지 알고 있는 신하들은 축하인사를 올렸다. 왕비의 잉태는 마가다 국의 경사이기도 했다. 온 나라가 장차 태어날 왕자를 축복했으나 정작 빔비사라 왕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은 점점 짙어졌다. 베데히 왕비의 배가 불러올수록 빔비사라 왕의 고민은 깊어져갔다. 수심에 가득 찬 빔비사라 왕의 얼굴을 본 사람들은 그가 너무 오랫동안 왕자를 기다려 온 나머지 걱정이 유난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인의 저주에 대하여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빔비사라 왕은 홀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왕비의 출산일이 가까워졌다. 왕실 주치의 지바카는 빔비사라 왕에게 베데히 왕비가 잉태한 아이가 왕자이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미리 알려주었다. 빔비사라 왕의 고민을 알지 못했던 지바카는 태어날 아이가 왕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가 웃음을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의 성별이 왕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빔비사라 왕의 얼굴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렸다. 깜짝 놀란 지바카가 왕에게 이유를 물어보려고 했을 때 베데히 왕비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지바카는 왕비를 돌보기 위해 서둘러 출산을 위해 준비해둔 방으로 달려갔다. 빔비사라 왕은 초조하게 아들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선인이 죽기 전 남긴 저주의 말을 곱씹었다.

“3년만 기다리면 될 것을 왕은 처음부터 나를 죽일 생각이었구나. 마음으로 나를 죽일 생각을 품었고 입으로 나를 죽이라고 명하였구나. 돌아가서 왕에게 전하라. 내가 만약 왕의 아들로 태어난다면 그를 살해할 마음을 품을 것이며 기어이 그를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아들이 태어날 것이란 생각에 빔비사라 왕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던 중 갓난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궁궐에 울려 퍼졌다.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왕자였다. 마침내 빔비사라 왕의 후계자가 태어난 것이다.



빔비사라 왕의 괴로움

베데히 왕비는 아들을 품에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들이었다. 시녀들과 신하들은 앞 다투어 반짝이는 눈과 앙증맞은 입술, 포동포동한 볼과 부드럽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지닌 왕자를 칭송하였다. 왕자가 태어난 후 왕비와 시녀들이 머무는 궁궐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기도 그리고 사랑 속에서 왕자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났고 베데히 왕비는 어머니가 된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였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사랑과 모성이 솟아났다. 자신의 품 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거나 옹알이를 하며 방긋거리는 아들을 볼 때마다 베데히 왕비는 부러운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그녀는 왕자가 태어난 후에도 빔비사라 왕의 얼굴에 드리워진 수심이 걷히지 않는 것이 걱정이었다.

빔비사라 왕은 왕자를 볼 때마다 극락과 지옥을 오고 가는 기분이었다. 왕자가 태어난 것이 기쁘면서도 두려웠고, 왕자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 행복하면서도 마음은 늘 불안하였다. 왕자가 태어난 후 빔비사라 왕은 단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왕자를 볼 때마다 선인의 저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빔비사라 왕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왕자를 피했다. 빔비사라 왕의 외면 때문에 왕자는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도록 이름이 없었다. 베데히 왕비는 빔비사라 왕의 이런 모습이 답답하고 속상하였다. 그토록 왕자의 탄생을 고대해왔으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왕자를 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배불리 젖을 먹고 난 뒤 왕자가 깊이 잠든 어느 날, 베데히 왕비는 조용히 빔비사라 왕을 찾아갔다. 그 날도 빔비사라 왕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었다.

“왕이시여, 무엇 때문에 그리 잠을 이루지 못하십니까?”

왕비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본 빔비사라 왕은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왕께서는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왕의 근심은 곧 저의 근심이며 왕의 기쁨은 곧 저의 기쁨입니다. 부디 말씀해주십시오. 무엇이 그대의 마음을 이토록 괴롭히는 것입니까?”

베데히 왕비가 재차 대답을 요구하자 빔비사라 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 동안 빔비사라 왕은 선인의 저주에 대하여 아무에게도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행복해하는 왕비와 사랑스러운 왕자를 보면서 계속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었다. 빔비사라 왕은 결국 베데히 왕비에게 선인의 저주에 대해 털어놓았다. 빔비사라 왕으로부터 고해성사 같은 비밀고백을 들은 왕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빔비사라 왕의 말이 끝나자 행복으로 가득했던 왕비의 얼굴은 고통과 경악으로 일그러졌고 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한참이 지나서야 베데히 왕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지금 하신 모든 말씀이 진정 사실이란 말입니까?”

빔비사라 왕은 차마 왕비의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눈물과 한탄으로 가득한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왔다. 밤새 흐느끼며 고통스러워했던 베데히 왕비가 깜빡 잠이 들자 빔비사라 왕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왕자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왕자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빔비사라 왕

마침 잠에서 막 깨어난 왕자는 빔비사라 왕을 보자 안아달라는 듯 손을 뻗었다. 빔비사라 왕은 햇살을 받으며 방긋거리는 왕자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왕자를 품에 안고 얼러주던 빔비사라 왕은 이윽고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미안하다, 아가야. 나를 용서해주렴.”

장차 왕자가 성장하면 자신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선인의 저주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빔비사라 왕은 자신의 손으로 왕자를 없애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천진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왕자를 품에 안자 마음이 무너졌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은 빔비사라 왕은 왕자를 창밖으로 던지려고 했으나 몇 번이나 주저하고 또 주저했다. 그러던 중 베데히 왕비가 깨어난 기척이 들리자 빔비사라 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왕자를 창밖으로 떨어뜨렸다. 황급히 방으로 들어오던 베데히 왕비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아자타삿투 왕자

빔비사라 왕은 왕자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왕자는 나무와 꽃들이 가득한 후궁들의 정원에 떨어진 덕분에 새끼손가락 하나만 부러졌을 뿐 다른 곳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정원에서 왕자를 발견한 궁녀들은 서둘러 그를 감춘 뒤 빔비사라 왕 몰래 왕자를 길렀다. 빔비사라 왕이 왕자를 창밖으로 던지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식음을 전폐했던 베데히 왕비는 왕자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자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결국 왕자는 다시 베데히 왕비의 품으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빔비사라 왕은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였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깊이 뉘우쳤다. 억지로 왕자를 없애려 했던 마음을 바꾸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왕자에게는 ‘아자타삿투’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한자 음역으로는 ‘아사세’라고 하며 ‘미생원未生怨’이라고 번역된다. 이름에 담긴 의미는 태어나기 전 이미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아자타삿투 왕자가 빔비사라 왕의 원한을 품은 채 죽은 선인의 환생임을 의미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자타삿투를 아들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빔비사라 왕은 그를 두려워하고 미워하였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모든 사랑을 쏟았다. 왕자가 넘어져서 울음을 터트리기라도 하면 빔비사라 왕은 잠을 설치며 그를 달래주었고 왕자가 웃음을 터트리면 빔비사라 왕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빔비사라 왕과 아자타삿투 왕자의 갈등

왕자가 성장하면서 빔비사라 왕은 마가다 국 제일의 아들바보이자 팔불출 아버지가 되었다. 반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자타삿투 왕자는 때때로 아버지 빔비사라 왕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곤 했다. 그때마다 왕자는 자신을 반성하였으나 그럴수록 마음속에서는 증오의 감정이 커졌다. 반면 아자타삿투 왕자를 향한 빔비사라 왕의 사랑과 신뢰는 점점 커져갔다. 아자타삿투 왕자가 15살이 되자 빔비사라 왕은 그에게 앙가 국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다. 자신의 뒤를 이어 훌륭한 임금이 될 수 있도록 후계자 수업을 시킨 것이다. 그러자 아자타삿투 왕자는 앙가 국의 수도 참파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빔비사라 왕은 깜짝 놀라 크게 화를 내며 그를 꾸짖었다.

빔비사라 왕이 왕위에 올랐을 때 마가다 국은 앙가 국의 속국이었다. 이때 앙가 국에서 과도하게 세금을 요구하자 빔비사라 왕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앙가 국의 수도 참파를 공격하여 크게 승리를 거두었다. 그 후 앙가 국은 멸망하여 마가다 국의 속국이 되었다. 앙가 국을 병합한 빔비사라 왕은 두 나라의 백성을 차별하지 않았고 세금도 공평하게 걷으며 선정을 베풀었다. 더 이상 백성들이 전쟁과 세금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빔비사라 왕은 정복전쟁에 승리한 후에도 앙가 국 백성들로부터 전륜성왕이라는 칭송을 받았고 마다가 국은 더욱 번영을 누리며 강대국으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이처럼 앙가 국은 빔비사라 왕에게 매우 각별한 곳이었고 아자타삿투 왕자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자타삿투 왕자는 도대체 왜 앙가 국에 대한 통치권을 손에 넣자마자 과도한 세금을 요구한 것일까? 그 배경에는 ‘데바닷타’라는 인물이 있었다.





▲ 아자타삿투 왕자에 의해 유폐된 빔비사라 왕이 신통력으로 지하 감옥에 모습을 드러낸 목건련 존자와 부루나 존자를 보며 감동하고 있다. 부처님은 오랜 친구이자 제자였던 빔비사라 왕의 비참한 최후를 위로하며 감옥에 갇혀 죽어가는 그를 위해 설법을 하였다. 그것이 바로 극락세계의 행복과 즐거움을 생생하게 담은 아름다운 경전, <아미타경>이다.



2016년 04월 02일 (토)

아자타삿투는 마가다 왕국의 빔비사라 왕과 베데히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였다. 그는 빔비사라 왕이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얻은 귀한 아들로 고귀한 혈통을 지닌 덕분에 자연스럽게 후계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자타삿투와 빔비사라 왕의 인연이 처음부터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었다. 아자타삿투는 빔비사라 왕의 간절한 바람으로 얻은 왕자였지만 동시에 빔비사라 왕에게 원한을 품고 죽은 선인의 환생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려워한 빔비사라 왕은 아자타삿투 왕자가 갓난아기였을 때 그를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왕자를 제거하여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자타삿투는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고 빔비사라 왕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크게 후회하였다. 그리고 속죄를 하듯 아들을 향해 사랑과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지난 업보를 씻어낼 수는 없었다.



부처님의 지위를 탐낸 데바닷다, 아자타삿투를 유혹하다

성장하면서 아자타삿투는 언제부터인가 아버지 빔비사라 왕에 대한 알 수 없는 증오의 감정에 사로잡히곤 했다. 아자타삿투는 자신의 감정에 당황하였으나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솟구치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자타삿투 왕자의 마음에 싹트기 시작한 번민을 가장 먼저 눈치 챈 사람은 데바닷다였다. 데바닷다는 석가족의 왕자 출신으로 세속에서는 부처님의 사촌동생이자 아난존자의 친 형이기도 했다. 그는 부처님이 고향 카필라 왕국을 방문하신 후 출가를 선택한 석가족의 일곱 왕자 중 한 명으로 교단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였고 타고난 총명함 덕분에 깨우침 또한 빨랐다. 이에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사리불 존자는 데바닷다를 ‘신통과 위신력이 뛰어난 비구’라고 칭찬하기도 하였다.

부처님의 친족이라는 혈통과 세속에서의 신분 그리고 비구로써의 명성까지 높았던 데바닷다는 빔비사라 왕의 부탁을 받고 아자타삿투 왕자의 스승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빔비사라 왕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왕들과 천상의 신들이 존경하는 스승이자 수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부처님에 비할 바는 못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데바닷다는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였고 장차 부처님의 지위를 계승하여 교단을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데바닷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가 정진도 수행도 지혜도 남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빼어남은 어느 순간 교만으로 바뀌었고 교만은 어느 순간 그의 마음속에 독처럼 퍼져나갔다.

하지만 데바닷다가 아무리 교단과 부처님의 지위를 탐낸다 하여도 그것은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교단은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사리불과 목건련이 빈틈없이 운영을 하고 있었고, 부처님은 마하가섭을 후계자로 삼겠노라고 이미 공표를 하셨다. 데바닷다가 원하는 자리는 이미 다른 제자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처님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 데바닷다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교단의 후계자가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또한 데바닷다였다. 원하는 것을 결코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은 데바닷다의 가장 큰 불만이 되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은 점점 강해졌다.

부처님과 교단에 불만을 품게 된 데바닷다는 어느 날 아자타삿투 왕자의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을 발견하였다. 그는 수행과 정진을 통해 얻은 신통력으로 아자타삿투 왕자와 빔비사라 왕 사이에 있었던 과거를 꿰뚫어 보았고 왕자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증오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 순간 데바닷다는 아자타삿투 왕자를 잘 이용한다면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부처님을 제거하여 교단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를 증오한 아들, 아자타삿투빔비사라 왕을 감옥에 유폐하다

데바닷다는 먼저 아자타삿투 왕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그는 왕자를 만날 때마다 다양하고 신묘한 신통력을 보여주었고 자신의 겉모습을 거룩한 성자처럼 보이게 하였다. 신통력을 처음 경험한 아자타삿투 왕자의 놀라움은 이내 데바닷다를 향한 열광적인 찬탄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자신의 스승이라는 것에 감동한 아자타삿투는 데바닷다를 위해 날마다 500대의 수레로 음식을 보내 공양을 하였고 부드러운 비단으로 만든 가사를 바치기도 하였다. 그러자 데바닷다는 자신을 따르는 비구들에게만 그 음식과 가사 등의 물품을 나누어주었다.

그러다보니 교단 안에서는 데바닷다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들 중에는 도대체 데바닷다가 얼마나 훌륭한 수행자이기에 저처럼 왕자로부터 극진한 공양을 받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도 있었고 좋은 음식과 안락한 생활에 이끌려 무작정 데바닷다를 추종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 많은 비구들이 데바닷다를 따르는 것을 본 아자타삿투 왕자는 그를 더욱 존경하였다. 이윽고 안거가 다가오자 부처님은 제자들과 함께 죽림정사를 떠났다. 기사굴산에서 안거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데바닷다와 그를 추종하는 500명의 비구들은 죽림정사에 남았다. 데바닷다는 부처님이 안거에 들어가신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아자타삿투 왕자를 만나러 갔다.

“왕자님, 요즘 따라 부왕에 대한 알 수 없는 증오와 분노 때문에 고민하지 않으십니까?”

“그걸 스승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족집게처럼 속마음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데바닷다의 말에 아자타삿투 왕자의 눈이 커졌다.

“왕자님이 그런 마음을 품는 것은 왕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자타삿투 왕자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데바닷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왕자님께서는 갓난아기 시절 새끼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흉터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 왕자님의 몸에 상처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왕자는 홀린 것처럼 데바닷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왜냐하면 왕자님의 몸에 상처를 낸 사람이 바로 빔비사라 왕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왕자님이 갓난아기였을 때 왕자님을 죽이려고 창밖으로 던진 적이 있습니다. 왕자님의 손에 남은 흉터는 바로 그때 생긴 상처 때문입니다.”

아자타삿투 왕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왕자의 마음이 크게 동요한 것을 알아챈 데바닷다는 이어서 빔비사라 왕이 왜 아자타삿투 왕자를 죽이려고 했는지에 대하여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처음으로 출생의 비밀에 대하여 알게 된 아자타삿투 왕자의 얼굴은 살기로 가득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데바닷다는 마지막 유혹의 말을 왕자의 귀에 속삭였다.

“부왕을 죽이고 새로운 왕이 되십시오. 저도 부처님을 죽여 교단의 통치자가 될 것입니다. 왕자님이 왕위에 오르시고 제가 부처의 자리에 앉게 된다면 우리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데바닷다의 속삭임은 아자타삿투 왕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욕망을 건드렸다. 분노와 경악 그리고 욕망과 흥분으로 붉어진 눈을 한 아자타삿투 왕자는 그 길로 칼을 빼들고 빔비사라 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살기를 가득 품은 아자타삿투의 얼굴은 마치 야차처럼 무서웠다.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오는 아들을 본 빔비사라 왕은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운명을 받아들였다. 무릎을 꿇은 빔비사라 왕을 본 아자타삿투 왕자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 뒤 그를 지하 감옥에 유폐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아들에 의해 남편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베데히 왕비의 슬픔

아버지를 지하 감옥에 유폐한 뒤 왕위에 오른 아자타삿투 왕이 가장 먼저 내린 명령은 바로 빔비사라 왕에게 아무 것도 먹을 것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50년 가까이 빔비사라 왕을 곁에서 모셔온 신하들조차 감히 아자타삿투 왕의 명을 어기지 못했다. 아자타삿투의 잘못에 대하여 간언을 올린 빔비사라 왕의 충신들은 궁에서 쫓겨났고 남은 신하들은 지하의 감옥 중 어느 곳에 빔비사라 왕이 갇혀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다행히 아자타삿투 왕은 베데히 왕비가 빔비사라 왕을 만나는 것을 허락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녀가 빔비사라 왕에게 음식을 줄 것을 경계한 아자타삿투 왕은 그녀가 그 어떤 음식도 가져갈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하였다. 아들이 아버지를 서서히 굶겨 죽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베데히 왕비의 심정은 처참했다. 온 몸을 수색당한 후 감옥에 있는 빔비사라 왕을 만난 베데히 왕비는 수척해진 남편을 보자 슬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 베데히 왕비는 소리내어 통곡하였으나 그녀의 울음소리는 일곱 겹으로 된 감옥의 벽에 막혀 아무도 듣지 못했다. 빔비사라 왕은 흐느끼는 베데히 왕비를 위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빔비사라 왕의 눈물을 본 베데히 왕비는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깨끗하게 목욕을 한 뒤 꿀과 밀가루 그리고 우유를 넣은 반죽을 몸에 바른 뒤 그 위로 여러 겹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을 하였다. 커다란 구슬이 달린 옷을 한껏 차려 입은 베데히 왕비를 본 아자타삿투 왕은 안심하며 비웃음을 흘렸다. 결국 베데히 왕비 또한 남편의 목숨보다 스스로의 목숨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빔비사라 왕을 살리기 위한 베데히 왕비의 계략이었다.



빔비사라 왕을 위해 신통력으로 모습을 드러낸 목건련 존자와 부루나 존자

치렁치렁한 옷과 장신구를 걸친 채 지하 감옥으로 간 베데히 왕비는 간수가 모습을 감추자 남편에게 구슬을 내밀며 옷을 벗었다. 그녀가 걸치고 온 옷에 달린 구슬마다 포도즙이 담겨 있었고, 베데희 왕비의 몸에는 꿀반죽이 발라져 있었다. 빔비사라 왕은 포도즙과 꿀반죽을 먹고 간신히 기운을 차렸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자 창백했던 빔비사라 왕의 얼굴에는 조금씩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간신히 기운을 차린 빔비사라 왕은 베데히 왕비가 돌아가고 나자 단정한 자세로 두 손을 모은 뒤 작은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부처님이 계신 기사굴산이 있는 방향을 향해 예배를 올리며 간절하게 기도하였다.

“거룩하신 부처님이시여, 마하 목건련은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바라옵건대 부디 자비를 베푸셔서 마하 목건련을 이곳으로 보내 주소서.”

이때 기사굴산에 계시던 부처님이 마하 목건련을 바라보자 그는 즉시 하늘을 날아 빔비사라 왕이 있는 감옥 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왕궁을 지키는 그 어떤 병사도 목건련 존자를 막지 못했다. 목건련 존자를 본 빔비사라 왕은 감동과 괴로움으로 흐느꼈다. 목건련 존자는 빔비사라 왕을 위하여 계를 내려 주었고 빔비사라 왕은 차츰 안정을 찾았다. 다음 날 부처님은 부루나 존자에게 목건련 존자와 함께 빔비사라 왕에게 가도록 명하였다. 빔비사라 왕 앞에 나타난 부루나 존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며 그를 위해 설법을 해주었다. 부루나 존자가 설법을 하고 목건련 존자가 계를 내려주는 동안 캄캄했던 지하 감옥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환하게 빛났다.





▲ 기사굴산에서 안거를 보내시던 부처님은 베데히 왕비가 왕궁에 유폐되어 기도를 올리는 것을 알고 신통력을 발휘하여 모습을 드러내셨다. 부처님의 몸에서는 태양처럼 환한 빛이 흘러넘쳤고 허공에서는 천신들이 공양한 꽃들이 쏟아졌다. 정토삼부경무량수경, 관무량수경, 아미타경 중 하나인 <관무량수경>은 신통력으로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부처님과 베데히 왕비의 대화이다.



2016년 05월 01일 (일)

부처님의 친구이자 후원자이며 세상의 모든 왕 중에서 가장 먼저 교단에 귀의한 빔비사라 왕은 15살에 왕위에 오른 뒤 40년 가까이 마가다 왕국을 다스리며 전륜성왕으로 칭송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한시라도 빨리 아들을 얻고 싶은 이기심 때문에 선인을 죽이는 과오를 범했다.

선인은 베데히 왕비의 아들로 환생하였고 빔비사라 왕은 원하던 후계자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빔비사라 왕은 기뻐할 수가 없었다. 선인이 죽어가면서 남긴 저주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빔비사라 왕은 선인의 환생인 아들을 죽여 후환을 없애고자 하였으나 창밖으로 던져진 왕자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 후 비로소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크게 뉘우친 빔비사라 왕은 아들에게 지극정성을 다하여 사랑을 쏟았다.

그러나 빔비사라 왕의 과보는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오고야 말았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왕자 아자타삿투에 의해 폐위되어 지하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이다.



빔비사라 왕을 향한 아자타삿투의 분노

아버지를 유폐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아자타삿투는 어머니 베데히 왕비를 제외한 그 누구도 빔비사라 왕과 만날 수 없게 하였다. 살기등등한 아자타삿투의 기세에 눌린 신하들은 감히 그의 잘못을 간언하지도, 바른 말을 하지도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왕궁은 온통 공포 분위기로 흉흉하였고 신하들과 시종들은 몸을 바짝 낮춘 채 왕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오직 한 사람, 베데히 왕비만이 변함없이 아침이면 목욕을 한 뒤 꿀반죽을 몸에 바르고 빔비사라 왕을 찾아가 굶주림에 허덕이는 그를 구제하였다. 빔비사라 왕이 차츰 기운을 차리자 베데히 왕비의 얼굴도 차츰 밝아졌다. 그렇게 수일이 흘렀다. 어느 날 문득 빔비사라 왕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진 아자타삿투 왕이 감옥 문지기를 불러 물었다.

“부왕은 어찌 지내고 있느냐? 음식과 물을 지급하지 말라고 명한 지 수일이 지났는데 아직 살아 있느냐?”

문지기를 쏘아보는 아자타삿투 왕의 표정은 무서웠다. 행여 거짓을 고한다면 당장이라도 목이 달아날 것 같은 두려움에 문지기는 더욱 몸을 움츠린 채 왕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

“왕이시여, 빔비사라 왕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십니다. 베데히 왕비께서는 날마다 몸에 꿀반죽을 바르고 옷에 장식된 구슬에 포도즙을 채워 오십니다. 부왕께서는 이를 드시고 기운을 차리셨으며 부처님의 제자이신 마하 목건련 존자와 부루나 존자가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 법문을 설해줍니다. 법문을 듣고 나면 빔비사라 왕의 표정과 정신은 더욱 맑아져서 감옥에 갇힌 사람 같지 않게 매우 잘 지내고 계십니다.”

“왕궁의 경비가 이토록 삼엄한데 어떻게 지하 감옥을 갈 수가 있단 말인가? 빔비사라 왕이 있는 지하 감옥으로 가는 길은 그대와 나, 베데히 왕비 밖에 모르는데 어찌하여 나는 그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단 말인가?”

빔비사라 왕이 태연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아자타삿투 왕은 차오르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분노한 아자타삿투 왕에게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느낀 문지기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마하 목건련 존자의 신통력이 너무나 뛰어나기 때문이옵니다. 날마다 궁중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일곱 개의 벽을 지나 빔비사라 왕을 찾아오는 목건련 존자의 신통력을 저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를 죽이려 한 폐륜아

문지기가 말을 마치자마자 크게 분노한 아자타삿투 왕은 칼을 뽑아 들고 베데히 왕비를 찾아갔다. 베데히 왕비는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눈 아들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눈을 감았다. 자식의 손에 목숨을 위협당하는 심정은 참담했지만 차라리 지금 죽는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 구석이 홀가분해졌다.

“어머니는 역적입니다. 나를 속이고 저 사악한 반역자 빔비사라 왕에게 먹을 것을 주었고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주술을 지닌 사문 목건련을 시켜 빔비사라 왕의 생명을 연장하였습니다. 적과 어울려 왕을 속인 어머니는 반역자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베데히 왕비를 본 아자타삿투 왕이 그녀를 향해 칼을 휘두르려는 순간, 보다 못한 신하 ‘월광’이 지바카와 함께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며 말했다.

“왕이시여, 세상이 생긴 후 권력을 탐하여 아비를 살해하고 왕이 된 자는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어머니를 죽인 왕이 있다는 소리를 일찍이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왕께서 지금 어머니를 죽이려고 하시니 이는 역사에 없는 일이며 왕실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입니다. 왕께서는 지금 저 천박한 전타라(인도의 신분제도에서 가장 낮은 계층인 ‘수다라’보다 하위에 있는 최하층 천민)조차 꺼리는 일을 행하려고 하시니 저는 결코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친 신하 월광은 비장한 얼굴로 허리에 있는 칼을 만지작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신하의 협박에 놀란 아자타삿투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파랗게 질렸다. 무력을 사용하여 왕위에 오른 아자타삿투는 빔비사라 왕에게 충성을 바친 신하를 비롯하여 자신의 심기를 거슬리는 신하는 거침없이 내치며 공포정치를 일삼고 있었다. 따라서 목숨을 두려워하는 신하들이나 시종들, 궁녀들은 아무도 그에게 충언을 올리지 않았고 그저 그의 비위를 맞추는데 급급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 베데히 왕비마저 죽이려던 순간, 목숨을 걸고 직언을 하는 신하와 마주한 것이다. 아자타삿투는 왕위에 오른 후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자신 또한 누군가에 의해 폐위되거나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당황한 아자타삿투는 열여섯 살의 어린 왕자의 심정으로 돌아가 지바카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대는 어찌하여 이 자가 이토록 불경한 말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가? 왜 이자를 말리지도 나를 도와주지도 않는 것인가?”

왕의 마음속에 있는 공포와 두려움을 알아챈 지바카는 조용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왕이시여, 지금 당장 칼을 내려놓으시고 어머니를 죽이려는 마음을 버리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신들은 여기서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슬픔에 빠진 베데히 왕비를 위로하신 부처님

지바카와 월광의 단호함에 놀란 아자타삿투 왕은 결국 칼을 내려놓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가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깊은 밤이 되자 그의 마음속에는 다시 살기가 솟구쳤다. 아자타삿투는 그 즉시 내관에게 명하여 베데히 왕비를 왕궁 깊숙한 곳에 가두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였다. 베데히 왕비의 유폐는 한밤중에 은밀하게 일어난 일이었기에 날이 밝아오자 베데히 왕비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빔비사라 왕과 베데히 왕비의 생사여탈권은 오직 아자타삿투의 말 한 마디에 달려있을 뿐이었다.

한편 방 안에 갇힌 베데히 왕비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눈물을 흘렸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으나 이제 더 이상 남편을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절망스러웠다. 그녀가 가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빔비사라 왕은 목마름과 굶주림으로 죽어갈 것이 분명했다. 한참을 흐느껴 울던 베데히 왕비는 이윽고 정신을 가다듬은 뒤 눈물 젖은 얼굴로 부처님이 안거를 보내고 계신 기사굴산을 향해 예배를 올렸다. 그리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부처님이시여, 지금 저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괴로움에 빠져 있으나 부처님을 뵈러 갈 수가 없습니다. 저를 가엾게 여기신다면 부디 아난존자와 마하 목건련 존자를 이곳으로 보내주시옵소서.”

이때 기사굴산에 계신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마하 목건련 존자와 아난존자에게 명하여 베데히 왕비의 처소로 가라고 명하셨다. 마하 목건련 존자는 신통력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허공을 날아 아난존자와 함께 갇혀있던 베데히 왕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부처님께서도 직접 모습을 드러내셨다. 베데히 왕비가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가 갇혀 있던 춥고 어두운 방안은 부처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광명으로 환하게 빛났고 적막한 흐느낌으로 가득 찼던 공간은 천신들이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해 뿌린 꽃들에서 나온 향기로 가득 채워졌다. 눈앞에는 부처님이 천신의 공양을 받으며 앉아계시고 그 왼쪽에는 마하 목건련 존자가, 오른 쪽에는 아난존자가 앉아 있었다.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장엄하게 빛나는 광경과 마주한 베데히 왕비는 왈칵 쏟아지는 서러움을 참지 못한 채 부처님의 발 앞에 몸을 던지고는 통곡하며 외쳤다.

“태양같은 부처님이시여, 제가 전생에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와 같이 악한 아들을 두게 되었나이까? 부처님 앞에 참회하며 간절히 바라옵니다. 이 세상은 너무나 더럽고 악하며 착하지 못한 무리들로 가득합니다. 저를 위해 근심과 고뇌가 없는 세상에 대하여 설하여 주시옵소서. 청정한 업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보여주시옵소서. 저는 그곳에 왕생하겠습니다.”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비결을 담은 <관무량수경>을 설하다

베데히 왕비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처님의 미간에서 황금빛 광명이 쏟아졌다. 그 빛은 세상의 모든 부처님이 머물고 계신 청정한 불국토를 하나씩 천천히 비췄다. 부처님은 그렇게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불국토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보여주셨다. 찬란하게 장엄된 불국토를 모두 본 베데히 왕비는 부처님께 예배를 올린 후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이 머물고 계신 모든 불국토는 청정하고 광명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극락세계 아미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싶습니다. 부디 그곳에 태어날 수 있도록 저에게 바르게 생각하는 방법과 바르게 닦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베데히 왕비의 이야기를 들은 부처님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자 부처님의 입에서는 오색광명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빔비사라 왕을 비춰주었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아들에 대한 모든 미움과 원망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자신의 과보를 참회한 빔비사라 왕은 이미 천안통이 활짝 열려 있었다. 부처님께서 베데히 왕비를 위해 왕궁에 모습을 드러내신 것을 안 그는 머리 숙여 예배를 올렸고 그 순간 아나함 과를 성취하였다. 빔비사라 왕이 아나함 과를 성취한 것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더욱 기쁜 마음으로 베데히 왕비를 향해 말씀하셨다.

“착하도다, 베데히여! 그대는 참으로 좋은 질문을 하였다. 아미타 부처님이 계신 곳은 이곳에서 결코 멀지 않다. 그대는 마땅히 생각에 집중하여 청정한 업으로 이루어진 그 나라를 분명하게 관하여라. 이제 그대를 위해 저 서방 극락정토에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자세히 설하겠노라. 또한 미래 세상의 일체의 범부들 또한 청정한 업을 닦아 극락정토에 태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음과 생각을 한 곳으로 모아 극락세계를 ‘관(觀)’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하신 <관무량수경>이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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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민기(칼럼니스트) gorah@naver.com
삽화 : 견동한 화백


· 작가 소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였다.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외조 - 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가 있으며 현재 세계일보에 <꽃미남 중독>과 <외조의 기술>을 연재중이다.

 한 사람의 불자(佛子)이자 여자로써 또 꽃미남 애호가이자 전문가로써 2500여년 불교 역사에 존재해 왔던 멋진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간절한 발원 끝에 좋은 인연을 만나 조계사 홈페이지에 <경전 속 꽃미남>을 연재하게 되었다.

 <경전 속 꽃미남>은 21세기 재가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를 초월하는 멋진 남성에 대한 이야기로 불자(佛子) 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긍정적이고도 즐거운 귀감을 줄 것이다.


· 미디어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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