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Sutta-Nipata)
큰 장
출가
정진
훌륭하게 말해진 것
불을 섬기는 사람 순다리카
젊은 마가의 물음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
바라문 세라
화살
젊은이 바셋타
비난하는 사람 코칼리야
홀로 가는 수행자 나라카
두 가지 관찰
출가
405.
눈이 있는 사람은 어째서 출가를 했는지, 그는 무엇을 생각한 끝에 출가를 선택했는지, 그의 출가에 대해서 나는 이야기하리라.
406.
‘집에서 사는 생활은 비좁고 번거로우며 먼지가 쌓인다. 그러나 출가는 널찍한 들판이며 번거로움이 없다.’고 생각해 출가한 것이다.
407.
출가한 다음에는 몸으로 짓는 나쁜 행위를 멈추었다. 말로 짓는 악행도 버리고 아주 깨끗한 생활을 하였다.
408.
눈 뜬 사람은 마가다국의 서울 산으로 둘러싸인 왕사성으로 갔다. 수려한 모습을 가진 그는 탁발하기 위해 그 곳으로 간 것이다.
409.
마가다 왕 빔비사라는, 높은 다락 위에서 그를 보았다. 수려한 모습을 가진 그를 보고 신하들에게 말했다.
410.
“그대들은 저 사람을 보아라. 아름답고 건장하고 깨끗할 뿐 아니라 , 당당하게 앞만을 본다.
411.
그는 눈을 아래에 두고 정신을 모으고 있다. 저 사람은 천한 집 출신이 아닌 것 같다. 그대들이여 뛰어가 그를 따르라. 저 수행자는 어디로 가는가.“
412.
왕의 신하들은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저 수행자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는 어디에 사는 것일까?’ 하면서.
413.
그는 모든 감각을 억제하고 잘 다스리고 바르게 깨닫고 조심하면서 집집마다 음식을 빌어 잠깐 동안에 바리때를 채웠다.
414.
거룩한 분은 탁발을 끝내고 그 도시 밖으로 나와 판다바 산으로 향했다. 아마 그는 그 곳에 살고 있는 모양이다.
415.
고타마가 자기의 처소에 가까이 이른 것을 보자, 왕의 신하들은 그에게로 가까이 갔다. 그리고 한 신하는 왕궁으로 돌아가 왕에게 사뢰었다.
416.
“대왕이시여, 그 수행자는 판다바 산 앞쪽에 있는 굴 속에 호랑이나 황소처럼, 그리고 사자처럼 앉아 있습니다.”
417.
신하의 말을 듣자 빔비사라 왕은 화려한 수레를 타고 판다바 산으로 길을 재촉했다.
418.
왕은 수레로 갈 수 있는 곳까지 달려간 뒤 수레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 그 곁에 앉았다.
419.
왕은 기뻐하면서 인사를 나눈 후 이렇게 말했다.
420.
“당신은 젊음이 넘치는 인생의 봄입니다. 용모도 수려한 것으로 보아 귀한 왕족 태생인 것 같습니다.
421.
코끼리 떼를 앞세운 날쌘 군대를 당신께 선물로 드리겠으니 그것을 받아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태생을 알고 계십시오.
422.
“왕이여, 저쪽 히말리야 기슭에 한 정직한 민족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코살라국의 주민으로 부와 용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423.
성은 ‘태양의 후예’라 하고, 종족은 ‘석가족’이라 합니다. 왕이여, 나는 그런 집에서 출가했습니다. 욕망을 채우기가 위해서가 아닙니다.
424.
모든 욕망에는 근심이 있고, 출가는 평화롭다는 것을 알아 힘써 정진합니다. 내 마음은 이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정진
425.
네란자라 강 기슭에서 평안을 얻기 위해 힘써 수행하고 명상하는 나에게,
426.
악마 나무치가 위로의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당신은 여위였고 안색이 나쁩니다. 당신은 죽음에 임박해 있습니다.
427.
당신이 죽지 않고 살 가망은 천에 하나입니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생명이 있어야만 착한 일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428.
당신이 베다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맑은 수행을 하고 성화에 재물을 올리는 공덕을 쌓는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429.
힘써 정진하는 길은 가기 힘들고 행하기 힘들며 도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같은 시를 읊으면서 악마는 눈 뜬 분 곁에 섰다.
430.
악마가 이렇게 말하자, 스승(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게으름뱅이 친구여. 악한 자여! 그대는 세속의 선업을 구해서 여기에 왔지만,
431.
내게는 세속의 선업을 찾아야 할 필요가 털끝만큼도 없다. 악마는 선업의 공덕을 구하는 자에게 가서 말하라.
432.
내게는 믿음이 있고 노력이 있고 지혜가 있다. 이처럼 정진하는 나에게 너는 어찌하여 삶의 집착을 말하는가.
433.
힘써 정진하는 데서 일어나는 이 바람은 강물도 마르게 할 것이다. 그러니 오로지 수행에만 정진하는 내 몸의 피가 어찌 마르지 않겠는가.
434.
몸의 피가 마르면 쓸개도 가래침도 마를 것이다. 살이 빠지면 마음은 더욱더 밝아지리라. 내 생각과 지혜와 하나된 마음은 더욱더 편안하게 될 것이다.
435.
나는 이토록 큰 고통을 받으면서도 이토록 편안히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내 마음은 어떤 욕망도 돌아보지 않는다. 보라, 이 마음과 몸의 깨끗함을!
436.
너의 첫째 군대는 욕망이고, 둘째 군대는 혐오이며, 셋째 군대는 굶주림, 넷째 군대는 집착이다.
437.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겉치레와 고집이다.
438.
그릇된 방법으로 얻은 이득과 명성과 존경과 명예와, 또한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는 것.
439.
나무치여, 이것들이 바로 너의 군대이다. 검은 악마의 공격군이다. 용감한 사람이 아니면 너를 이겨낼 수가 없지만, 용감한 사람은 너를 이겨서 즐거움을 얻는다.
440.
내가 문자풀을 입에 물 것 같은가? 나에게 목숨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굴욕적으로 사는 것보다는 싸워서 죽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
441.
어떤 수행자나 바라문들은 너의 군대에게 패배하여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덕 있는 사람들조차 갈 길을 알지 못한다.
442.
악마의 군대가 코끼리를 타고 사방을 포위하고 있으니, 나는 그들을 맞아 싸우리라. 나를 이곳에서 물러나게 하지는 못하리라.
443.
신들도 세상 사람도 너의 군대를 꺾을 수 없지만, 나는 지혜를 가지고 그것을 깨뜨린다. 마치 굽지 않은 흙 단지를 돌로 깨뜨려 버리듯.
444.
자유롭게 생각하고 굳은 신념을 가지고 이 나라 저 나라로 두루 다닐 것이다. 여러 제자들을 거느리고.
445.
그들은 내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게으르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근심할 것이 없고 욕망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리라.“
446.
악마는 말했다.
“우리는 칠 년 동안이나 당신을 한걸음 한걸음 따라다녔다. 그러나 항상 조심하고 있는 정각자에게는 뛰어들 틈이 없었다.
447.
까마귀가 기름을 발라 놓은 바위 둘레를 맴돌며 ‘이곳에서 말랑말랑한 것을 얻을 수 없을까. 맛 좋은 먹이가 없을까’하며 날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448.
그곳에서 맛있는 것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까마귀는 날아가 버렸다. 바위에 가까이 가 본 그 까마귀처럼, 우리는 지쳐서 고타마를 떠나간다.
449.
근심에 잠긴 악마의 옆구리에서 비파가 뚝 떨어졌다. 그만 그 야차는 기운 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훌륭하게 말해진 것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날 거룩한 스승께서는 사밧티의 제타 숲, 외로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장자의 동산에 계셨다. 그때 스승은 여러 사문들을 불렀다.
“사문들이여.”
“거룩한 스승이시여.”
사문들은 스승께 대답했다.
“사문들이여, 네 가지의 특징을 갖춘 말은 훌륭하게 설해져 조금도 잘못되지 않았다. 모든 지혜로운 이들이 보아도 결점이 없어 비난 받지 않을 것이다.
그 네 가지란 무엇인가. 수행자가 훌륭하게 설한 것만을 말하고 잘못 설해진 것은 말하지 않으며, 진리만을 말하고 진리 아닌 것은 말하지 않으며, 좋은 것만 말하고 좋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으며, 진실만을 말하고 거짓된 것은 말하지 않는다고 하자. 이 네 가지 특징을 갖춘 말은 훌륭하게 설해진 말이다. 모든 지혜로운 이들이 보아도 결점이 없어 비난 받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말씀하신 후, 행복한 사람인 스승께서는 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450.
“훌륭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가장 옳은 말을 하라. 이것이 첫째다. 진리를 말하고 진리 아닌 것은 말하지 말라. 이것이 둘째다. 좋은 말을 하고 좋지 않은 말은 하지 말라. 이것이 셋째다.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지 말라. 이것이 넷째다.”
이 때 방기사 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 스승이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말했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행복한 분이시여.”
“어디 말해 보라, 방기사여.”
스승은 말씀하셨다. 방기사 장로는 스승 앞에서 알맞은 시로써 스승을 찬양했다.
451.
“‘자기를 괴롭히지 않고 남을 해하지 않는 말만을 하여라.’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잘 설해진 말씀입니다.
452.
‘좋은 말만 하여라.’ 이것은 기꺼이 환영 받을 말입니다. 느낌이 나쁜 말을 쓰지 않고 기분 좋은 말만을 하는 것입니다.
453.
진실은 참으로 불멸의 말입니다. 이것은 영원한 법칙입니다. 착한 사람들은 진실에, 사물에, 또는 이치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454.
절대 평화에 이르기 위해서,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 부처님이 설하신 말씀은 여러 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것입니다.“
불을 섬기는 사람 순다리카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코살라국 순다리카 강변에 살고 계셨다. 마침 그때 바라문인 순다리카 바라드바자는 순다리카 강변에서 성스러운 불을 만들어 공양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라문인 그는 불 공양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을 두루 살피면서 말했다.
“이 남은 음식을 누구에게 줄까?”
그는 멀지 않은 곳에 거룩한 스승이 나무 아래서 머리까지 가사를 둘러쓰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왼손에는 남은 음식을 들고, 바른손에는 물병을 들고 스승에게 갔다. 스승은 그의 발소리를 듣고 머리에 둘렀던 것을 벗었다.
순다리카 바라드바자는 ‘이 분은 머리를 깎은 분이다. 이 분은 삭발한 분이다’하며 되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다가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설사 머리를 깎았다 할지라도 어떤 사람은 바라문일 수도 있다. 가까이 가서 그의 출신을 물어 보리라.’
그는 스승께 가까이 가서 물었다.
“당신의 출신은 무엇입니까?”
스승은 바라문인 순다리카 바라드바자에게 시로써 말씀하셨다.
455.
“나는 바라문도 아니고 왕족도 아니오. 나는 바이샤족 사람도 아니고 다른 아무것도 아니오. 나는 어떤 계급에도 속하지 않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깊은 생각을 하며 세상을 두루 다니오.
456.
나는 가사를 걸치고 집이 없으며, 수염과 머리를 깎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다니고 있소. 바라문이여, 당신이 내게 출신을 묻는 것은 당치 않소.“
457.
“바라문이 바라문을 만났을 때는 ‘당신은 바라문이 아닙니까’라고 묻는 법입니다.”
“만일 당신이 자신이 바라문이거든 바라문이 아닌 내게 대답하시오. 나는 당신에게 세 구절 스물 넉자로 된 저 사비트리 찬가를 묻겠소.”
458.
“이 세상에서 성자나 왕족, 바라문이나 일반인들은 무엇 때문에 신에게 여러 가지 공물을 바치는 것입니까?”
스승께서는 대답하셨다.
“베다에 통달한 궁극에 이른 사람이 제사 때 어떤 세속인의 공물을 받는다면, 그 제사는 의미있는 것이오.”
459.
바라문이 말했다.
“나는 베다에 뛰어난 사람을 이렇게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공물은 성취된 것입니다. 이전에는 당신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다른 사람이 남은 음식을 먹었습니다.”
460.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당신은 의로운 사람이며 의를 구해 왔으니 가까이 와서 물으시오. 아마도 이곳에서 평안하고 성냄이 없고, 괴로움과 욕심이 없는 지혜로운 사람을 만날 것이오.”
461.
“고타마시여, 저는 제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제사를 지내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대로 알지를 못합니다.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어디에 바치는 공물이 효과가 있는가를.”
“그럼 바라문이여, 귀를 기울이시오. 나는 당신에게 진리를 설하리라.
462.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시오. 불은 온갖 섶에서 일어나는 것. 천한 집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믿음이 깊고 부끄러워할 줄 알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행동을 삼가면 고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요.
463.
진실을 가지고 자제하고 모든 감각을 절제하며 베다의 뜻에 통달하고 깨끗이 수행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시오.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해야 합니다.
464.
모든 욕망을 버리고 집 없이 살아가며, 자기 분수를 잘 알아 절제하고, 베틀의 북처럼 곧은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시오.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해야 합니다.
465.
탐욕을 떠나 모든 감각을 조용히 다스리고, 달이 라후의 손길에서 벗어나듯이 걸림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공양을 바치시오.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해야 합니다.
466.
집착하는 일 없이 항상 마음을 다스려 내 것이라고 고집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을 거니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시오.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해야 합니다.
467.
모든 욕망을 버리고 욕심을 이겨 생사의 끝을 알고 평안에 돌아가, 맑고 시원하기가 호수처럼 완전한 사람(如來)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68.
완전한 사람은 평등한 자(과거에 눈이 열린 사람들, 여러 부처님들)와 같고, 평등하지 않은 사람과는 멀리 떨어져 있소. 그는 끝없는 지혜를 가지고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때가 묻지 않소.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69.
거짓과 교만과 탐욕을 떠나 내 것이라고 집착하거나 욕망과 성냄이 없고, 마음이 고요하여 근심의 때를 버린 바라문인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 합니다.
470.
마음의 집착을 끊고 아무 것에도 붙들리지 않으며,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걸림이 없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1.
마음을 한결같이 안정시켜 거센 흐름을 건너고 가장 뛰어난 지혜로써 진리를 알고 번뇌의 때를 소멸해 최후의 몸을 가지고 있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 합니다.
472.
생존의 더러움과 거친 말씨도 모두 버렸소. 그는 베다에 통달한 사람이고, 모든 일에 해탈하였소.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3.
집착을 뛰어넘어 집착함이 없고, 교만한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 교만한 마음이 없으며, 밭이나 땅과 함께 괴로움을 잘 알고 있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4.
욕망에 끌리지 않고 진리를 찾아 멀리 떠나고 남들이 가르치는 다른 견해를 초월하여 아무 것에도 걸리지 않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5.
모든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이미 그것으로 인한 고통이 존재하지 않소. 평안에 돌아가 집착을 버리고 해탈한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6.
번뇌의 속박과 이 세상에 태어남이 멸해 버린 궁극의 경지를 보고 육체의 욕망을 남김없이 끊고, 맑고 고요해서 티가 없이 투명하고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7.
자기 자신을 깊이 관찰하고 마음이 안정되고 신체가 곧아 스스로 편히 머물러 동요되지 않으며, 마음이 거칠지 않고 의혹이 없는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 합니다.
478.
어리석음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장애가 아무 것도 없고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으며 마지막 인간의 몸을 가지고 더 없이 완벽한 깨달음을 얻은 ― 이것만으로도 사람은 깨끗해진다 ― 완전한 사람은 공양을 받을 만합니다.
479.
“당신과 같은 베다에 뛰어난 사람을 만났으니, 저의 공양은 참 공양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늘의 신께서 증인이 되어 살펴주십시오, 스승이시여, 원컨대 저의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스승이시여, 저의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480.
“시를 읊어 얻은 것을 나는 먹을 수 없습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은 바르게 보는 사람들의 법이 아닙니다. 시를 읊어 얻은 것을 눈 뜬 사람들은 받지 않습니다. 바라문이여, 이것이 눈 뜬 사람들의 생활 태도입니다.
481.
완전에 이른 사람, 위대한 성자, 번뇌의 더러움을 없애고 나쁜 행위를 소멸시킨 사람에게는 다른 음식을 바치시오. 그것이야말로 공덕을 바라는 이의 복밭 이오.“
482.
“스승이시여! 보시를 받을 수 있는 사람, 제사 때 찾아가 공양을 드릴 사람을, 당신의 가르침을 통해 알고 싶습니다.”
483.
“격정을 떠나 마음에 흐림이 없고,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 근심을 없앤 사람,
484.
한계의 끝(번뇌)을 눌러 생사를 다 알고 성인의 덕을 몸에 갖춘 그러한 성인이 제사 때 찾아오면,
485.
찌푸리지 말고 그에게 합장하여 인사하시오. 음식을 가지고 그를 공양하시오. 이러한 보시는 뜻을 이루게 하고 많은 보답을 가져올 것이오.“
486.
“눈을 뜬 당신을 공양을 받기에 마땅합니다. 당신은 으뜸가는 복밭 이고 온 세상의 보시를 받으실 분입니다. 당신께 드린 공양은 많은 보답을 가져올 것입니다.”
바라문 순다리카 바라드바자는 스승께 말씀드렸다.
“훌륭하십니다. 고타마시여. 훌륭하십니다, 고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가려진 것을 벗겨 주듯이, 길을 잃은 자에게 길을 가르켜 주듯이, 그리고 ‘눈 있는 이는 빛을 보리라’하면서 암흑 속에서 등불을 비춰주듯이, 고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법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는 고타마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도를 닦는 수행자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저는 고타마께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겠습니다.”
그리하여 바라문 순다리카 바라드바자는 스승께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았다. 그러더니 얼마 후에 이 장로 순다리카 바라드바자는 홀로 멀리 떠나 게으르지 않고 힘써 정진한 끝에 더 없이 맑고 깨끗한 행의 궁극을 ―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집 없는 상태가 된 것인데 ―이 생에서 스스로 깨달아 이를 증명하고 실천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태어나는 일은 이제 끝났다. 맑고 깨끗한 수행은 이미 완성 되었다. 할 일을 다 마쳤다. 이제 두 번 다시 이런 생사를 받지 않는다’라고 깨달았다. 그래서 순다리카 바라드바자 장로는 성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젊은 마가의 물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날 스승께서는 왕사성의 수리봉에 계셨다. 그때 마가 청년은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다. 기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나눈 뒤 곁에 앉아 스승께 말했다.
“고타마시여, 저는 보시를 실행하는 시주이며 누구에게나 구하는 대로 베풉니다. 법에 따라 재물을 벌어들이고 법에 의해서 얻은 재물을 한 사람에게도 주고 두 사람에게도 주고 세 사람, 네 사람, 다섯 사람, 여섯 사람, 일곱, 아홉, 열 사람, 스무 사람, 서른, 마흔, 쉰 사람에게도 주고 백 사람에게도 주며 더 많은 사람에게도 나누어줍니다. 고타마시여, 내가 이렇게 주고 이와 같이 바친다면 얼마나 많은 복과 덕을 얻겠습니까?”
“젊은이여, 그대가 참으로 주고 그와 같이 바친다면 많은 복과 덕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진정으로 나누어주는 시주이거나, 관대하여 구하는 대로 베풀며, 정당하게 재산을 얻고 그 재산을 한 사람 내지는 백 사람에게 나누어 주며,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사람은 많은 복과 덕을 얻게 될 것이다.”
마가 청년은 시로서 물었다.
487.
마가 청년이 말했다.
“가사를 입고 집없이 다니는 너그러우신 스승 고타마께 저는 묻겠습니다. 보시를 구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사람, 복과 덕을 구하고 복과 덕을 위해 공양을 바치는 사람이 남에게 음식을 베풀 때 누구에게 바치는 재물이 가장 깨끗합니까?”
488.
스승은 대답하셨다.
“마가여, 보시를 구하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사람, 복과 덕을 구하고 복과 덕을 위해 공양을 바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남에게 음식을 베풀 때 그것을 받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489.
마가 청년이 말했다.
“보시를 구하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사람, 복과 덕을 구하고 복과 덕을 위해 공양을 바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남에게 음식을 베풀 때 마땅히 보시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스승이시여.”
490.
“참으로 집착 없이 세상을 걸어가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자기를 다스리는 완전한 사람,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1.
모든 속박을 끊고 자재하고 해탈하여 괴로움과 욕심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2.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재하고 해탈하여 괴로움과 욕심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3.
탐욕과 혐오와 어리석음을 버리고 번뇌의 더러움에서 벗어나 깨끗한 수행을 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4.
거짓도 없고 교만도 없고 탐욕을 떠나 내 것이라고 집착하지도 않고 욕망을 가지지도 않은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5.
참으로 온갖 집착에 붙잡히지 않고 이미 거센 흐름을 건너 내 것이라는 집착이 없이 다니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6.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어떠한 세상에 있어서도 갖가지 생존에 대한 집착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7.
모든 욕망을 버리고 집 없이 다니며 자신을 절제하고 베틀의 북처럼 똑바른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8.
탐욕을 떠나 모든 감각기관을 안정시켜 달이 월식에서 벗어나듯이 붙들리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499.
마음이 평화롭고 탐욕을 떠나 성내지 않으며 이 세상에서 생존의 모든 요소를 버리고 갈 곳이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500.
생과 사를 남김없이 버리고 모든 의혹을 넘어선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501.
자기를 의지처로 하여 세상을 다니고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모든 것으로부터 해탈한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502.
‘이것이 마지막 생존이고 다시는 생을 받지 않는다’라고 이 세상에서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503.
베다를 잘 알고 고요한 마음을 즐기며 생각이 깊고 깨달음을 얻어 많은 사람을 귀의시킨 사람들. 그들에게 때때로 공양을 바치라. 복과 덕을 구하는 바라문은 그들을 공양하라.
504.
“참으로 제 질문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보시 받을 사람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스승이시여, 당신께서는 이 모든 일들을 이 세상에서 분명히 알고 계십니다. 당신께서는 이 이치를 잘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505.
마가 청년이 다시 말했다.
“보시를 구하는 이에게 보시하는 사람, 복과 덕을 구하고 복과 덕을 위해 공양을 바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남에게 음식을 베풀 때 완전한 제사가 어떤 것인지를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스승이시여.”
506.
거룩한 스승은 대답하셨다,
“마가여, 제사를 지내라. 제사를 지내는 사람은 어떤 경우라도 마음을 깨끗이 하라. 제사 지낼 사람이 전념할 일은 오로지 제사뿐이다. 그는 편안히 머물러 사악함을 버린다.
507.
그는 탐욕에서 떠나 사악함을 누르고 한없는 자비심을 일으켜 밤낮으로 게으르지 않아서 그 마음이 사방에 가득 차게 한다.“
508.
“누가 깨끗해지고 해탈하는 것입니까. 누가 붙들려 얽매이는 것입니까, 무엇으로 인해 사람은 스스로 범천계이 이릅니까? 성인이시여, 몰라서 묻는 것이니 일러 주십시오. 스승이시여, 저는 지금 범천을 눈앞에 보았습니다. 진실로 당신은 범천과 같은 분이십니다. 밝은 빛을 지니신 분이여, 어떻게 하면 범천계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509.
스승은 대답하셨다.
“마가여,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완전한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보시 받는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보시를 베푸는 사람이 이처럼 바르게 제사를 지낸다면 범천계에 태어날 것이다.”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마가 청년은 스승께 아뢰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타마시여.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이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이, 또는 ‘눈이 있는 사람은 빛을 보리라’하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저는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도를 닦는 수행자들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당신 고타마께서는 저희들을 재가 수행자로서 받아주십시오.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귀의하겠습니다.”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날 거룩한 스승께서는 왕사성 죽림원에 있는 다람쥐 사육장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에게 한 신이 말했다.
“사비야여, 사문이건 바라문이건 그대가 질문을 했을 때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 그대는 그 밑에서 깨끗한 수행을 닦아라.”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는 그 신에게 그와 같은 말을 듣고 다음의 여섯 스승을 찾아가 물었다. 즉 푸라나 캇사파, 막카리 고사라, 아지타 케사캄바리, 파쿠다 캇차야나, 베랏티족의 아들인 산자야, 나타족의 아들 니간타 등인데, 그들은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많은 무리들을 이끄는 단체의 스승이었다. 명성이 있는 교파의 지도자이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성인이라고 숭배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에게 질문을 받았지만, 만족스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뿐 아니라 화를 내고 혐오와 근심의 빛을 감추지 못했으며, 도리어 사비야에게 반문을 했다. 그래서 사비야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문과 바라문들은 많은 무리를 이끄는 단체의 스승이며 명성이 있는 교파의 지도자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서 질문을 받고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못했다. 뿐만 아니라 화를 내고 혐오와 근심의 빛을 감추지 못했으며, 내게 도리어 반문을 했다. 나는 그만 집으로 돌아가 세속적인 욕망이나 누릴까 보다.'
그러다가 사비야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여기 계신 사문 고타마도 많은 무리를 이끄는 단체의 스승이며 명성이 있는 교파의 지도자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성인이라 숭배받고 있다. 고타마를 찾아가 물어봐야겠다.’
그러면서 사비야는 이런 생각도 했다.
‘여기 있는 사문과 바라문들은 모두 장로이고 경험을 많이 쌓았으며 출가한 지도 퍽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내게 해답을 주지 못했는데, 어찌 사문 고타마가 내 물음에 똑똑히 답해 줄 수 있을까. 사문 고타마는 아직 젊고 출가한 지도 오래되지 않았는데.....’
그러다가 사비야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사문이 젊다고 해서 그를 우습게 보거나 경멸해서는 안 된다. 그는 젊지만 사문이다. 그에게는 큰 신통과 위력이 있다. 나는 고타마에게 가서 물어보리라,’
그리하여 사비야는 왕사성을 향해 길을 떠났다. 죽림원 다람쥐 사육장에 계시는 거룩한 스승을 뵈었다. 기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나눈 뒤 한쪽에 앉아 스승께 시로써 물었다.
510.
“의문이 있어 질문하고자 이곳이 왔습니다. 저를 위해 그 의문을 풀어 주십시오, 제가 물으면 차례대로 법에 따라 분명하게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511.
스승은 대답하셨다.
“당신은 질문을 하려고 멀리서 왔소. 당신을 위해 그것을 풀어 주리다. 당신이 물으면 차례대로 법에 따라 분명히 대답해 주겠소.
512.
사비야여, 무엇이든지 마음에 있는 것을 물어 보시오. 나는 낱낱이 물음에 대답해 드리리다.“
이때 사비아는 생각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정말 희한안 일이다. 내가 다른 사문이나 바라문에게서는 들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는데, 사문 고타마께서는 그 기회를 주시는구나.’
그는 기뻐하면서 스승께 물었다.
513.
사비야가 물었다.
“어떤 사람을 수행자라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온화한 사람이라 할 수 잇습니까? 어떤 사람을 자신을 절제한 사람이라 할 수 잇습니까? 어떤 사람을 눈뜬 사람이라 부릅니까. 스승이시여 이것을 제게 설명해 주십시오.”
514.
스승은 대답하셨다.
“사비아여, 스스로 도를 닦아 완전한 평화에 이르고 의혹을 뛰어넘고 생과 사를 버리고 청정한 수행을 하며 이 세상에 거듭 태어나지 않는 사람. 그를 ‘수행자’라 합니다.
515.
모든 일에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 이 세상 아무 것에도 해를 끼치지 않으며 거센 흐름을 건너 세속의 때에 더럽혀지지 않고 육체적 욕망이 일어나지 않는 사문. 그를 ‘온화한 사람’이라 합니다.
516.
온 세상에서 안팎으로 모든 감각을 잘 다스리고 이 세상과 저 세상이 싫어 멀리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양하는 사람, 그는 자기를 ‘절제한 사람’입니다.
517.
모든 시간과 윤회와 목숨이 있는 것의 생과 사, 그 두 가지를 분별하고 티끌을 털어 버리고 깨끗하게 생을 멸한 사람, 그를 ‘눈 뜬 사람’이라 합니다.“
그 때 사비야는 스승의 말씀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환희에 찬 마음으로 다시 스승께 물었다.
518.
사비야가 물었다,
“어떤 사람을 바라문이라 합니까. 어떤 사람을 사문이라 합니까. 어떤 사람을 목욕하는 사람이라고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용이라고 부릅니까? 스승이시여, 제 물음에 대답해 주십시오.”
519.
스승은 말씀하셨다.
“사비야여, 모든 악을 물리치고 때묻지 않고, 마음을 잘 가라앉혀 스스로 안정시키며, 윤회를 넘어서 완전한 자가 되어 걸림이 없는 사람, 그를 ‘바라문’이라 합니다.
520.
절대 평화의 세계에 들어가 선과 악을 버리고 때묻지 않으며,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알고 생과 사를 초월한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사문’ 입니다.
521.
온 세상에서 안팎으로 모든 죄악을 씻어 버리고, 시간의 지배를 받는 신과 인간 속에 살면서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 그를 ‘목욕하는 사람’이라 부릅니다.
522.
세속에 있으면서 어떠한 죄악도 짓지 않고 온갖 얽힘을 풀어 버리고 모든 것을 해탈한 사람, 이런 사람을 ‘용’이라 부릅니다.“
그때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는 스승의 말씀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환희에 차서 또다시 스승께 물었다.
523.
사비야는 물었다.
“무엇 때문에 밭의 승리자라 부릅니까. 무엇 때문에 뛰어난 사람이라 부릅니까. 무엇 때문에 현자라 부릅니까. 무엇 때문에 성인이라 부릅니까? 스승이시여, 제 물음에 대답해 주십시오.”
524.
스승은 대답하셨다.
“사비야여, 하늘의 밭, 사람의 밭, 범천의 밭 등 모든 밭을 분별하고 모든 밭의 근본인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이런 사람이 바로 그 때문에 ‘밭의 승리자’라고 불립니다.
525.
하늘의 곳간, 사람의 곳간, 범천의 곳간 등 모든 곳간을 분별하고 모든 곳간의 근본인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이런 사람이 바로 그 때문에 ‘뛰어난 사람’ 이라 불립니다.
526.
안팎으로 흰 것을 알고 맑고 깨끗한 지혜가 있고 흑과 백을 초월한 사람, 이런 사람은 바로 그 때문에 ‘현자’라 불립니다.
527.
안팎으로 바른 것과 그른 것을 알고 인간과 신의 숭배를 받아 집착의 그물을 벗어난 사람, 이런 사람은 바로 그 때문에 ‘성인’ 이라 불립니다.“
그때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는 스승의 말씀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환희에 차서 또다시 스승께 물었다.
528.
사비야가 물었다.
“어떤 사람을 베다에 통달한 사람이라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달관한 사람이라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힘써 노력하는 사람이라 부릅니까. 태생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스승이시여, 이것들을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529.
스승은 대답하셨다.
“사비야여,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베다를 잘 이해해서 감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 감수마저 초월한 사람, 그를 ‘베다에 통달한 사람’ 이라 부릅니다.
530.
안팎으로 이름과 형태의 헛됨을 알아서 모든 병의 근원인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그런 사람을 바로 ‘달관한 사람’이라 부릅니다,
531.
이 세상에서 모든 죄악을 떠나 지옥의 고통을 초월하고 부지런히 노력하는 사람, 힘을 다해 정진하는 현자, 그런 사람을 ‘힘써 노력하는 사람’ 이라 부릅니다.
532.
안팎으로 집착의 근원인 모든 속박을 잘라버리고 모든 집착의 근원인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그러한 사람을 바로 그 때문에 ‘태생이 좋은 사람’ 이라 부릅니다.“
그때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는 스승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환희에 가득 차서 또다시 스승께 물었다.
533.
사비야가 물었다.
“어떤 사람을 배움이 깊은 사람이라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거룩한 사람이라 부릅니까. 어떤 사람을 행行이 갖추어진 사람이라 부릅니까. 방랑하는 수행자란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스승이시여,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534.
스승은 말씀하셨다.
“사비야여, 가르침을 듣고 나서는 세상의 옳고 그른 모든 이치를 잘 알고 모든 일을 정복하는 사람, 의혹이 없는 사람, 해탈한 사람, 괴로움이 없는 사람을 ‘배움이 깊은 사람’이라 부릅니다.
535.
모든 더러움과 장애를 끊은 지혜로운 이는 사람의 모태에 들지 않습니다. 세 가지 생각과 더러움을 털어버리고 망상 분별을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을 ‘거룩한 사람’ 이라 부릅니다.
536.
이 세상에서 여러 가지 할 일을 다하고 항상 이치를 알며 어떤 일에도 집착하지 않고 해탈하여 성냄이 없는 사람, 그를 ‘행이 갖추어진 사람’이라 부릅니다.
537.
위로나 아래로, 또는 옆으로나 가운데로 모름지기 괴로움이 생기는 행위를 피하고, 법을 잘 알아 그대로 행동하고, 거짓과 교만한 마음과 탐냄과 성냄과 이름과 형태를 없애버리고, 얻을 것을 얻은 사람, ‘그를 방랑하는 수행자‘라 부릅니다.
그때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는 스승의 말씀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환희에 가득 차서 자리에 일어나 옷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 스승께 합장하며 다음과 같은 시로써 스승을 찬양하였다.
538.
“사문들이 논쟁하고 있는 이름과 문자에 의해 생겨난 예순 세 가지 다른 생각을 이기고, 지혜 많은 분은 거센 흐름을 건너셨습니다.”
539.
당신은 괴로움을 모두 없애고 피안에 이른 분입니다. 당신은 참사람이고 깨달은 분입니다. 당신은 번뇌의 때를 씻어 버린 분입니다. 당신에게는 빛이 있고 이해가 있고 지혜가 많이 있습니다. 괴로움을 없앤 분이시여, 당신은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540.
당신은 저에게 의혹이 있는 것을 아시고 저를 의혹에서 건져 주셨습니다. 저는 당신께 예배 드립니다. 성인이시여, 성인의 길을 다하신 분이여, 마음이 거칠지 않은 태양의 후예시여, 당신은 인자하십니다.
541.
제가 품었던 의문을 당신은 분명히 밝혀 주셨습니다. 눈이 있는 이여, 성인이시여, 참으로 당신은 깨달은 분입니다. 당신에게는 아무 것도 장애 되는 것이 없습니다.
542.
당신의 번민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시원스럽고 잘 절제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성실하게 사는 분입니다.
543.
코끼리 중에 왕이시며 위대한 영웅이신 당신께서 말씀하실 때 모든 신들은 나라다와 팝바타들과 함께 기뻐합니다.
544.
고귀하신 분이시여, 당신께 예배 드립니다. 가장 뛰어난 분이시여, 당신께 예배 드립니다. 신들을 포함한 온 세상에서 당신에게 견줄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545.
당신은 깨달은 분입니다. 당신은 스승이십니다. 당신은 악마를 정복한 분이며 현자이십니다. 당신은 번뇌의 숨은 힘을 끊고, 스스로 거센 흐름을 건너셨고 또 사람들을 건네 주십니다.
546.
당신은 속박을 뛰어넘었고 모든 번뇌의 더러움을 없앴습니다. 당신은 집착하지 않고 두려워 떨지 않는 사자입니다.
547.
아름다운 흰 연꽃이 더러운 물에 물들지 않듯이, 당신은 선과 악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습니다. 용감한 분이시여, 두 발을 뻗으십시오. 사비야는 스승께 예배 드립니다.“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는 거룩한 스승의 두 발에 머리를 숙이고 절을 하며 말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타마시여.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이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이, 또는 ‘눈이 있는 사람은 빛을 보리라’하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저는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도를 닦는 수행자들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저는 고타마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겠습니다.”
“사비야여, 과거에 이교도였던 이가 내 가르침과 계율에 따라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고자 한다면, 그는 넉 달 동안 따로 살아야 합니다. 넉 달이 지난 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여러 수행자는 그를 출가시키고 완전한 계율을 받게 해서 수행자가 되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사람에 따라 그 기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거룩한 스승이시여. 그러시다면 저는 넉 달이 아니라 네 해 동안이라도 따로 살겠습니다. 그래서 사년이 지나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하신다면, 여러 수행자들은 저를 출가시키고 완전한 계율을 받게 하여 수행자가 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해서 방랑하는 수행자 사비야는 그때 바로 스승 앞에서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았다. 그후 얼마 되지 않아 이 장로 사비야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홀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침내 수행의 최종적인 목표를 ―많은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집 없는 상태가 된 것인데―이 생에서 깨달아 증명하고 실천하며 살았다.
‘태어나는 일은 이제 끝났다. 수행은 이미 완성되었다. 할 일을 다 마쳤다. 이제 또 다시 이런 생사를 받지 않는다.“라고 깨달았다. 그리하여 사비야 장로는 성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바라문 세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날 스승께서는 수행자 천이백오십 인과 함께 앙굿타라파를 두루 다니시다가 아파나라고 하는 앙굿타라파의 한 마을에 들어가셨다. 머리를 땋은 수행자 케니야는 생각했다.
‘석가족의 아들인 사문 고타마는 석가족의 집에서 출가하여, 수행자 천이백오십 인의 큰 무리를 이끌고 다니다가 아파나에 이르렀다, 그 고타마에게는 다음과 같은 좋은 평판이 있다. 즉 그는 참사람, 깨달은 사람 지혜와 덕행을 갖춘 사람, 행복한 사람, 세상을 알아 버린 사람, 더 없이 완벽한 사람, 사람들을 길들이는 이, 신과 인간의 스승, 눈 뜬 사람, 거룩한 스승이라고 불린다. 그는 스스로 진리를 깨닫고 증명하여 신, 악마, 범천을 포함한 이 세계와 사문, 바라문, 신, 인간을 포함하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가르침을 베푼다, 그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고, 말과 뜻이 잘 갖추어진 가르침과 원만하고 청정한 수행을 설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토록 훌륭하고 존경받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영광스런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머리를 닿은 수행자 케니야는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다. 기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나눈 후에 한쪽에 가 앉았다. 스승께서는 머리를 땋은 수행자 케니야에게 법에 대한 말씀을 하시고 용기를 주어 기쁘게 해주셨다.
케니야는 스승께 이같이 말씀드렸다.
“고타마께서는 수행자의 무리와 함께 내일 제가 올리는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이 말을 듣고, 스승은 케니야에게 말씀하셨다.
“케니야여, 수행자의 무리는 많아서 천이백오십 인이나 됩니다. 또 당신은 바라문들을 섬기고 있지 않습니까?”
케니야는 거듭 스승께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수행자의 무리는 많아서 천이백오십 인이나 되며, 또 저는 바라문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타마께서는 수행자들과 함께 내일 제가 올리는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스승은 케니야에게 거듭 말씀하셨다.
“케니야여, 수행자의 무리는 많아서 천이백오십 인이나 되며, 당신은 바라문들을 섬기고 있지 않습니까?”
케니야는 세 번째로 스승께 여쭈었다.
“고타마시여, 수행자의 무리는 많아서 천이백오십 인이나 되며, 또 저는 바라문을 섬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타마께서는 그들과 함께 오셔서 제가 올리는 음식을 받아 주십시오.”
스승께서는 침묵으로써 승낙하셨다. 케니야는 스승께서 승낙하신 것을 알고 자리에서 떠나 자기의 암자로 갔다, 그리고는 친구와 친척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십시오. 나는 사문 고타마를 그 수행자의 무리와 함께 내일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나를 도와 주십시오.”
케니야의 친구와 친척들은 승낙하고, 어떤 이는 솥을 걸고 장작을 패며, 어떤 이는 그릇을 씻고 독에 물을 길어다 붓고 혹은 자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케니야 자신은 천막을 쳐서 식당을 만들었다.
이 때 세라 바라문이 아파나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3베다의 깊은 뜻을 깨달아 어휘, 활용론, 음운론, 어원론과 제4의 아타르바 베다와 제5 고담(古譚)의 어구와 문법에 통달하고, 순세론(順世論)과 위인의 관상에 통달했으며, 삼백 명의 소년에게 베다를 가르치고 있었다. 케니야는 세라 바라문을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그때 세라 바라문은 삼백 명의 소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앉아 있었기 때문에 생긴 피로를 풀기 위해 여기저기 산책을 하다가 케니아의 암자에 가까이 가게 되었다.
세라 바라문은 케니야의 암자에 사는 머리를 땋은 친구와 친척들이 어떤 이는 솥을 걸고 장작을 패며, 그릇을 씻고 독에 물을 길어다 붓고 혹은 자리를 준비하며, 케니야는 몸소 천막을 쳐서 식당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케니야에게 물었다.
“케니야여, 당신 아들이 장가라도 가는 것입니까. 또는 딸이 시집이라도 가는 것입니까. 아니면 큰 제사가 있습니까. 또는 마가다 왕 세니야 빔비사라가 군대를 이끌고 내일 식사라도 하러 오게 돼 있습니까?”
“세라여, 저는 아들을 장가 보내지도 않고 딸을 시집 보내지도 않으며, 또 마가다 왕 세니야 빔비사라를 초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름아니라 제게는 머지않아 큰 공양이 있습니다, 석가족의 아들인 사문 고타마가 석가족의 집에서 출가하여 앙굿타라파를 두루 다니다가 그를 따르는 수행자 천이백오십 인과 함께 아파나에 오셨습니다. 그 고타마에게는 이런 좋은 평판이 있습니다. 즉 그는 참 사람, 깨달은 사람, 지혜와 덕행을 갖춘 사람, 행복한 사람, 세상을 알아 버린 사람, 더 없이 완벽한 사람, 사람을 길들이는 이, 신과 인간의 스승, 눈 뜬 사람, 거룩한 스승이라고 불립니다. 저는 그분을 수행자들과 함께 내일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케니야여, 당신은 그를 눈 뜬 사람이라고 부릅니까?”
“세라여, 나는 그를 눈 뜬 사람이라 부릅니다.”
“케니야여, 당신은 그를 눈 뜬 사람이라고 부릅니까?”
“세라여, 나는 그를 눈 뜬 사람이라 부릅니다.”
그 때 세라 바라문은 생각했다.
‘눈 뜬 사람이란 이 세상에서 그 목소리를 듣기조차 힘든 일이다. 그런데 우리들 성전 속에 위인의 상이 서른두가지 전해지고 있다. 그것을 갖추고 있는 위인에게는 단 두 가지 길이 있을 뿐 다른 길은 있을 수 없다. 만일 그가 세속의 생활을 한다면, 그는 전륜왕이 되어 정의를 지키는 법왕, 세상의 정복자로서 나라와 백성을 안정시키고 일곱 가지 보배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바퀴, 코끼리, 말, 구슬, 여자, 재산 그리고 지휘자라는 보배가 따를 것이다. 또 그에게는 천 명 이상의 아들이 있어 모두가 용감무쌍하며 적을 쳐부순다. 그는 이 대지를 사해의 끝에 이르기까지 무력을 쓰지 않고 정의로써 정복하고 지배한다. 그러나 그가 만일 집을 떠나 출가자가 된다면 참사람, 깨달은 사람이 되어 이 세상 온갖 번뇌를 없앨 것이다.
세라는 케니야에게 물었다.
“케니야여, 그럼 그 참사람, 깨달은 사람인 고타마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케니야는 바른팔을 들어 세라 바라문에게 말했다.
“세라여, 저쪽으로 가면 푸른 숲이 있습니다. 그분은 그곳에 계십니다.”
그리하여 세라 바라문은 삼백 명의 소년들과 함께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갔다. 그때 세라 바라문은 같이 온 바라문 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천천히 걸어 소리를 내지 말고 따라오너라, 모든 스승은 사자처럼 홀로 거니는 분이며 가까이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사문 고타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너희들은 중간에 끼어 들어서는 안 된다. 내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세라 바라문은 거룩하신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갔다. 스승께 절을 하고 나서 기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인사를 나눈 뒤 한쪽에 가 앉았다. 그리고 세라 바라문은 스승의 몸에 서른 두 가지 위인의 상이 있는지 살폈다. 그는 스승의 몸에서 단 두 가지 상을 빼고는 서른두 가지 위인의 상이 거의 갖추어져 있음을 보았다. 그는 그 두 가지 상이 과연 스승께 있는지 없는지 의심되어 ‘눈 뜬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 두 가지란 몸의 막 속에 들어 있는 음부와 광장설상이었다.
그 때 스승은 생각하셨다.
‘이 세라 바라문은 내 몸에 있는 서른두 가지 위인의 상을 거의 보았지만, 단 두 가지는 보지 못했다. 몸의 막 속에 들어 있는 음부와 광장설이라는 두 위인상이 과연 내게 있는지 없는지 의심하고, 눈 뜬 사람임을 믿지 않는구나.’
그래서 스승께서는 세라 바라문이 몸의 막 속에 들어 있는 음부를 볼 수 있도록 신통력을 보이셨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혓바닥으로 양쪽 귓속을 아래위로 핥으시고, 양쪽 콧구멍을 아래위로 핥으시며, 또 이마를 핥으셨다.
세라 바라문은 이렇게 생각했다.
‘사문 고타마는 서른두 가지 위인상을 완전히 갖추고 계시다. 그러나 나는 그가 부처님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나는 늙고 나이가 많아, 스승이나 또는 그의 스승인 바라문들이, 모든 존경받는 사람과 깨친 사람은 자기가 칭찬 받았을 때는 자신을 나타낸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 나는 적당한 시로써 사문 고타마를 그 앞에서 찬양하리라.’
그래서 세라 바라문은 적당한 시로써 스승의 앞에서 찬양하였다.
548.
“스승이시여, 힘이 넘치는 이여, 당신의 몸은 완전하고 빛이 나며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 금빛으로 빛나며 이는 아주 하얗습니다.
549.
그리고 훌륭한 사람의 특성은 모두 위인의 상으로서 당신 몸에 갖추어져 있습니다.
550.
당신의 눈은 맑고 얼굴도 보기 좋으며 몸집은 크고 단정하며, 수행자들 속에서도 태양처럼 빛납니다.
551.
당신은 보기에도 아름다운 수행자로 피부는 황금빛입니다. 이렇듯 용모가 훌륭한데 어찌 수행자가 되었습니까?
552.
당신은 전륜왕이 되어 군대를 거느리고 천하를 정복하여 잠주부(인도)의 통치자가 되셔야 합니다.
553.
왕족이나 시골의 왕들은 당신께 충성을 맹세할 것입니다. 고타마시여, 왕 중의 왕으로서, 인류의 제왕으로서 세상을 다스리십시오.“
554.
스승은 대답하셨다.
“세라여, 나는 왕이로되 더 없는 진리의 왕입니다. 진리로써 바퀴를 굴리는 것입니다. 거꾸로 돌 수 없는 바퀴를.”
555.
세라 바라문이 말했다.
“당신은 정각자라고 스스로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고타마시여, 당신은 ‘더 없는 진리의 왕이고, 진리로써 바퀴를 굴린다’고 말씀하십니다.
556.
그렇다면 누가 당신의 장군입니까. 당신을 이어받을 제자는 누구입니까. 누가 당신의 뒤를 이어 이 진리의 바퀴를 굴릴 것입니까?“
557.
스승은 대답하셨다.
“세라여, 내가 굴린 더 없는 진리의 바퀴를 사리풋타가 굴릴 것입니다. 그는 완전한 사람을 따라 나타난 사람입니다.
558.
나는 알아야 할 것을 이미 알았고 닦아야 할 것을 이미 닦았으며 끊어야 할 것을 이미 끊어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부처입니다.
559.
나에 대한 의혹을 푸십시오. 바라문이여. 그리고 나를 믿으십시오. 깨달은 사람들을 만나기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560.
그들(눈 뜬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그대들은 보기 어려운 일인데, 나는 바로 그 정각자 입니다. 바라문이여, 나는 번뇌의 화살을 꺾어 버린 더없이 완벽한 사람입니다.
561.
나는 신성한 사람이며, 비길 데가 없고, 악마의 군대를 물리쳤으며, 모든 적을 항복시켰고, 아무 것에도 두려움 없이 기뻐합니다.“
562.
세라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눈이 있는 이의 말씀을 들으라. 그는 번뇌의 사슬을 끊어 버린 사람이며 위대한 영웅이시다. 마차 사자가 숲 속에서 포효하는 것과 같다.
563.
신성한 분, 비길 데가 없고, 악마의 군대를 물리친 분을 보고 누가 믿지 않을 것인가. 피부가 검은 종족 출신이라도 믿으리라.
564.
따르고 싶은 자는 나를 따르라. 그리고 따르고 싶지 않은 자는 떠나가거라. 나는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에게 출가하겠다.
565.
세라의 제자들이 말했다.
“만일 스승님께서 깨달은 분의 가르침을 기뻐하신다면, 저희들도 또한 뛰어난 지혜를 가진 분에게 출가하겠습니다.”
566.
세라가 스승께 말했다.
“저희들 삼백 명의 바라문은 합장하고 부탁합니다. 스승이시여, 저희들은 당신 곁에서 깨끗한 수행을 닦겠습니다.”
567.
스승이 말씀하셨다.
“세라여, 깨끗한 수행은 잘 설해져 있습니다. 그것은 눈 앞에 당장 열매를 가져옵니다. 도를 닦는 사람이 게으르지 않고 출가하여 깨끗한 수행을 닦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닙니다.”
세라 바라문은 제자들과 함께 스승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았다.
한편 머리를 땋은 수행자 케니야는 그날 밤이 지나자 자기 암자에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고 스승께 시간이 된 것을 알렸다.
“고타마시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공양 준비가 되었습니다.”
스승은 오전 중에 속옷과 겉옷을 입고 바리때를 드시고 머리를 땋은 수행자 케니아의 암자로 가셨다. 그리고 수행자의 무리와 함께 미리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케니야는 부처님과 수행자들에게 손수 맛좋은 음식을 나르면서 마음껏 들도록 권했다.
그리고 케니야는 스승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바리때에서 손을 떼시자 스승의 발치에 앉았다. 스승은 다음과 같은 시로써 케니아에게 감사의 말씀을 하셨다.
568.
“불에 대한 공양은 공양 중에도 가장 으뜸입니다. 사비트리는 베다의 시구 중에서 으뜸이고, 왕은 사람 중에서 으뜸이며, 큰 바다는 모든 강 중에도 으뜸입니다.
569.
달은 별들 중에서 으뜸이며, 태양은 빛나는 것 중에서 으뜸이고, 수행자들은 복과 덕을 바라고 공양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으뜸입니다.“
스승은 이러한 시를 읊어 케니야에게 감사의 뜻을 말씀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셨다.
세라 장로는 자기를 따르던 무리들을 떠나 홀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침내 수행의 최종적인 목표를-많은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집 없는 상태가 된 것인데- 이 생에서 깨달아 증명하고 실천하며 살았다.
‘태어나는 일은 이제 끝났다. 수행은 이미 완성되었다. 할 일을 다 마쳤다. 이제 또 다시 이런 생사를 받지 않는다’라고 깨달았다. 그리하여 세라 장로는 그의 무리와 함께 성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 후 세라 장로는 그의 무리와 함께 성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 후 세라 장로는 그의 무리들과 함께 스승이 계신 곳으로 갔었다. 그리고 옷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 스승께 합장하며 다음의 시로써 여쭈었다.
570.
“스승이시여, 눈이 있는 분이시여, 오늘부터 여드레 전에 우리는 당신께 귀의했습니다. 그리고 일곱 밤을 지나 우리는 당신의 가르침 속에서 안정을 얻었습니다.
571.
당신은 깨달은 분이십니다. 당신은 스승이십니다. 당신은 악마를 정복한 분이시며 현자이십니다. 당신은 번뇌의 숨은 힘을 끊고 스스로 거센 흐름을 건너셨고, 또 사람들을 건네 주십니다.
572.
당신은 속박을 뛰어넘었고 모든 번뇌의 더러움을 없앴습니다. 당신은 집착하지 않고 두려워 떨지 않는 사자입니다.
573.
이들 삼백 명의 수행자는 합장하고 서 있습니다. 용감한 분이시여, 두 발을 뻗으십시오. 여러 용들에게 스승께 예배 드리도록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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