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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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Sutta-Nipata)] 뱀의 비유




숫타니파타(Sutta-Nipata)

뱀의 비유


- 뱀의 비유
- 소치는 아이
- 무소의 뿔
- 밭 가는 사람
- 대장장이 춘다
- 파멸
- 천한 사람
- 자비
- 설산에 사는 자
- 알라바카 야차
- 극복
- 성인





뱀의 비유


1.
 뱀의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 치미는 화를 삭이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2.
 연못에 핀 연꽃을 물 속에 들어가 꺾듯이, 육체의 욕망을 말끔히 끊어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3.
넘쳐 흐르는 집착의 물줄기를 남김없이 말려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4.
거센 물줄기가 갈대로 만든 연약한 다리를 무너뜨리듯, 교만한 마음을 남김없이 없애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5.
무화과 나무 숲에서는 꽃을 찾아도 얻을 수 없듯이, 모든 존재를 영원한 것으로 보지 않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6.
안으로는 성냄이 없고, 밖으로는 세상의 부귀영화를 초월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7.
잡념을 남김없이 불살라 없애고 마음을 잘 다듬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8.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잡념을 모두 끊어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9.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아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10.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알아 탐욕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11.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알아 육체의 욕망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12.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알아 미움에서 벗어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13.
너무 빨리 달리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덧없다는 것을 알아 어리석은 집착에서 벗어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14.
나쁜 버릇이 조금도 없고, 악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15.
이 세상에 다시 환생할 인연이 되는, 그 번뇌에서 생기는 것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16.
우리들을 생존에 얽어 매는 것은 집착이다.. 그 집착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17.
다섯 가지 장애물을 뛰어넘고, 번뇌와 의혹을 물리쳐 괴로움을 벗어 던진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



소 치는 아이


18.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 놓았습니다. 마히 강변에서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 지붕에는 이엉을 덮어 놓았고, 집 안에는 불을 지펴 놓았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19.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는 성내지 않고 마음의 끈질긴 미혹도 벗어 버렸다. 마히 강변에서 하룻밤을 쉬리라. 내 움막에는 아무 것도 걸쳐 놓지 않았고, 탐욕의 불은 남김없이 꺼 버렸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0.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모기나 쇠파리도 없고, 소들은 들판의 우거진 풀을 뜯어먹으며, 비가 와도 견뎌낼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1.
스승은 대답하셨다.
“내 뗏목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 욕망의 거센 흐름에도 끄떡없이 건너 벌써 피안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뗏목이 필요 없노라.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2.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내 아내는 착하고 허영심이 없습니다. 오래 함께 살아도 항상 내 마음에 흡족합니다. 그녀에게 그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3.
스승은 대답하셨다.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오랜 수양으로 잘 다스려졌다. 내게는 그 어떤 나쁜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4.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놀지 않고 내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아이들은 모두 다 건강합니다. 그들에게 그 어떤 나쁜 점도 볼 수 있다는 말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5.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는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다. 스스로 얻은 것으로 온 세상을 거니노라. 남에게 소속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6.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에게는 갓 태어난 송아지도 있고, 젖을 먹는 어린 소도 있습니다. 새끼 밴 어미 소도 있고, 암내 내는 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7.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에겐 갓 태어난 송아지도 없고, 젖을 먹는 어린 소도 없다. 새끼 밴 어미소도 없으며, 암내 내는 암소도 없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8.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소를 매 놓은 말뚝은 땅에 박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새로 엮은 밧줄은 튼튼해서 소도 그것을 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9.
스승은 대답하셨다.
“황소처럼 고삐를 끊고 코끼리처럼 냄새 나는 넝쿨을 짓밟았으니, 나는 다시 인간의 모태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30.
이때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고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더니 골짜기와 언덕에 물이 넘쳤다. 신께서 뿌리는 빗소리를 듣고 다니야는 이렇게 말했다.


31.
“우리는 거룩한 스승을 만나 얻은 바가 참으로 큽니다. 눈이 있는 이여 우리는 당신께 귀의하오니 스승이 되어 주소서 위대한 성자시여.

32.
아내도 저를 따라 행복하신 분 곁에서 열심히 수행을 하겠나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생사의 윤회가 없는 피안에 이르러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33.
이때 악마 파피만이 말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니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기뻐할 것도 없으리라.”


34.
스승은 대답하셨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는 근심이 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무소의 뿔


35.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살아 있는 그 어느 것도 괴롭히지 말며,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6.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으로부터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7.
친구를 좋아한 나머지 마음이 거기 얽매이게 되면 본래의 뜻을 잃는다. 가까이 사귀면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8.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집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 붙지 않도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9.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숲 속에서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0.
동행이 있으면 쉬거나 가거나 섰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도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남들이 원치 않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1.
동행이 있으면 유희와 환락이 따른다. 또 그들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싫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2.
사방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남을 해치려 들지 말고, 무엇이든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온갖 고난을 이겨 두려움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3.
출가한 처지에 아직도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출가하지 않고 집에서 수행하는 재가자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흔히 있다. 남의 자녀에게 집착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4.
잎이 진 코빌라라 나무처럼, 재가 수행자의 표적을 없애버리고 집안의 굴레를 벗어나 용기 있는 이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5.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었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46.
그러나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7.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바란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대등한 친구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구를 만나지 못한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8.
금세공이 잘 만들어 낸 두 개의 황금 팔찌가 한 팔에서 서로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9.
이와 같이,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 잔소리와 말다툼이 일어나리라.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살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0.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욕망의 대상에는 이러한 근심 걱정이 있는 것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1.
이것이 내게는 재앙이고 종기이고 화이며, 질병이고 화살이고 공포이다. 이렇듯 모든 욕망의 대상에는 그와 같은 두려움이 있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2.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3.
마치 어깨가 떡 벌어진 얼룩 코끼리가 그 무리를 떠나 자유로이 숲 속을 거닐 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4.
연희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잠시 동안의 해탈에 이를 겨를도 없다. 태양의 후예가 한 이 말을 명심하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5.
서로 다투는 철학자들의 논쟁을 초월하여 진정한 깨달음의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6.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도 말며,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집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7.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그릇되고 굽은 것에 사로잡힌 나쁜 친구를 멀리하라. 탐욕에 빠져 게으른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8.
널리 배워 진리를 아는, 생각이 깊고 현명한 친구를 가까이 하라. 그것이 이익이 됨을 알고 의심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9.
세상의 유희나 오락 또는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0.
아내도 자식도 부모도 재산도 곡식도, 친척이나 모든 욕망까지도 다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1.
‘이것은 집착이구나. 이곳에는 즐거움도 상쾌함도 적고 괴로움 뿐이다. 이것은 고기를 낚는 낚시이구나.’ 이와 같이 깨닫고, 지혜로운 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2.
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 번 불타 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3.
눈을 아래로 두고, 두리번 거리거나 헤매지 말고, 모든 감각을 억제하여 마음을 지키라. 번뇌에 휩쓸리지 말고 번뇌에 불타지도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4.
잎이 져 버린 파리찻타 나무처럼, 재가자의 모든 표적을 버리고 출가하여 가사를 걸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5.
여러 가지 맛에 빠져들지 말고 요구하지도 말며 남을 부양하지도 말라. 누구에게나 밥을 빌어 먹고 어느 집에도 집착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6.
마음 속의 다섯 가지 장애물을 벗어 던지고 온갖 번뇌를 버리고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않으며 욕망의 고리를 끊어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7.
전에 경험했던 즐거움과 괴로움을 모두 던져 버리고, 또 쾌락과 근심을 떨쳐 버리고 맑은 고요와 안식을 얻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8.
최고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의 안일함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69.
홀로 앉아 명상하고 모든 일에 항상 이치와 법도에 맞도록 행동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엇이 근심인지 똑똑히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0.
집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고,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1.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2.
이빨이 억세며 뭇 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핍하고 외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3.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를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4.
탐욕과 혐오와 어리석음을 버리고, 속박을 끊고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75.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구를 사귀고 또한 남에게 봉사한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사람은 보기 드물다.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밭 가는 사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거룩하신 스승께서는 마가다국 남산에 있는 ‘한 포기 띠’라고 하는 바라문 촌에 계셨다. 그때 밭을 갈고 있던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씨를 뿌리려고 오백 개의 쟁기를 소에 매었다. 스승께서는 오전 중에 바리때와 가사를 걸치고, 밭을 갈고 있는 바라문 바라드바자에게로 가셨다. 때마침 그는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었음으로 스승은 한 쪽에 섰다.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음식을 받기 위해 서 있는 스승을 보고 말했다.

“사문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후에 먹습니다. 당신도 밭을 가십시오. 그리고 씨를 뿌리십시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으십시오.”

스승은 대답하셨다.

“바라문이여,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바라문이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 고타마의 쟁기나 호미, 작대기나 소를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라고 하십니까”

이때 밭을 갈던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시로써 스승에게 여쭈었다.




76. “당신은 농부라고 자처하지만 우리는 일찍이 밭 가는 것을 보지 못했네.
당신이 밭을 간다는 사실을 우리들이 알아듣도록 말씀해 주시오.“


77.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에게 믿음은 씨앗이요, 고행은 비이며, 지혜는 쟁기와 호미, 부끄러움은 호미자루, 의지는 쟁기를 매는 줄, 생각은 호미날과 작대기 입니다.


78. 몸을 근신하고 말을 조심하며, 음식을 절제하여 과식하지 않습니다. 나는 진실을 김매는 일로 삼고 있습니다. 부드러움과 온화함이 내 소를 쟁기에서 떼어놓습니다.


79. 노력은 내 소이므로 나를 절대 자유의 경지로 실어다 줍니다. 물러남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 그 곳에 이르면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80.
이 밭갈이는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고 단이슬의 열매를 가져옵니다. 이런 농사를 지으면 온갖 고뇌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이때 밭을 가는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커다란 청동 그릇에 우유죽을 하나 가득 담아 스승께 올렸다.

“고타마께서는 우유죽을 드십시오. 당신을 진실로 밭을 가는 분 이십니다. 당신 고타마께서는 단이슬의 열매를 가져다 주는 농사를 짓기 때문 입니다.”


81.
“바라문이여, 시를 읊어 얻은 것을 나는 먹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바르게 보는 사람들(눈 뜬 사람들)의 법이 아닙니다. 시를 읊어 얻은 것을 눈 뜬 사람들은 받지 않습니다. 바라문이여. 법도를 따르는 이것이 바로 눈 뜬 사람들의 생활 태도입니다.


82.
완전에 이른 사람, 위대한 성자, 번뇌의 더러움을 다 없애고 나쁜 행위를 소멸시켜 버린 사람에게는 다른 음식을 받치십시오. 그것은 마침내 공덕을 바라는 이에게 더 없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고타마시여. 이 우유죽을 저는 누구에게 드려야 합니까?”

 “바라문이여, 신, 악마, 범천들이 있는 세계에서 신, 인간, 사문, 바라문을 포함한 여러 중생 가운데서 완전에 이른 사람과 그의 제자를 빼놓고는, 아무도 이 우유죽을 먹고 소화시킬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라문이여, 이 우유죽일랑 생물이 없는 물 속에 버리십시오.”

 그리하여 밭을 가는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그 우유죽을 생물이 없는 물 속에 쏟아 버렸다. 그런데 그 우유죽을 물 속에 버리자마자 부글부글 소리를 내면서 많은 거품이 끓어올랐다. 마치 온종일 뙤약볕에 쬐여 뜨거워진 호미날을 물 속에 넣었을 때 부글부글 소리를 내면서 많은 거품이 이는 것과 같았다. 이때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온몸이 오싹하여 두려워 떨면서 스승 곁에 다가섰다. 그리고 스승의 두 발에 머리를 숙이며 여쭈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타마시여. 훌륭한 말씀입니다, 고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이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이, 또는 ‘눈 있는 사람은 빛을 보리라’하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저는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도를 닦는 수행자들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저는 고타마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밭을 가는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부처님 곁에 출가하여 완전한 계율을 받았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바라드바자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홀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침내 수행의 최종적인 목표를 -- 많은 사람들은 바로 그것을 얻기 위해 집을 떠나 집 없는 상태가 된 것인데 -- 이 생에서 깨달아 증명하고 실천하며 살았다. ‘태어나는 일은 이제 끝났다. 수행은 이미 완성되었다. 할 일을 다 마쳤다. 이제 또다시 이런 생사를 받지 않는다.’라고 깨달았다. 그리하여 바라드바자 장로는 성인의 한 사람이 되었다.



대장장이 춘다



83.
대장장이네 아들 춘다가 말했다.
“위대하고 지혜로운 성인, 눈을 뜬 어른, 진리의 주인, 집착을 떠난 분, 최고의 인간, 뛰어난 마부께 저는 묻겠습니다. 세상에는 어떤 수행자들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84.
스승은 대답하셨다.
“춘다여, 네 종류의 수행자가 있고, 다섯 번째는 없느니라. 지금 그 물음에 답하겠다. ‘도의 승리자’, ‘도를 말하는 사람’, ‘도에 의해 사는 사람’, 그리고 ‘도를 더럽히는 자’이니라.”


85.
대장장이 춘다가 말했다.
“눈을 뜬 사람은 누구를 가리켜 ‘도의 승리자’라고 부르십니까? ‘도를 말하는 사람’은 어째서 다른 사람과 견줄 수 없으며, ‘도에 의해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도를 더럽히는 자’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86.
“의혹을 넘어서고, 고뇌를 이기고 열반을 즐기며, 탐욕을 버리고 신들을 포함한 온 세계를 이끄는 사람, 이런 사람을 ‘도의 승리자’라고 눈을 뜬 사람들은 말한다.


87.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을 가장 으뜸가는 것으로 알고 법을 설하고 판별하는 사람, 의혹을 버리고 동요하지 않는 성인을 수행자들 중에서 둘째로 ‘도를 말하는 사람’이라 부른다.


88.
잘 설명된 진리의 말씀인 도에 의지해 살면서 스스로 절제하고, 깊이 생각해 잘못된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수행자들 중에서 셋째로 ‘도에 의해 사는 사람’이라 부른다.


89.
맹세한 계율을 잘 지키는 체하지만, 고집 세고 가문을 더럽히며, 오만하고 남을 속이며, 자제력 없고 말 많고 그러면서도 잘난 체하는 사람을 가리켜 ‘도를 더럽히는 자’라고 한다.


90.
학식이 있고 현명한 재가 수행자는, ‘그들 네 종류의 수행자는 다 이와 같다.’고 알아, 그들을 통찰하여 그와 같음을 보더라도 믿음이 변하지 않는다. 그는 더럽혀진 것과 더럽혀지지 않은 것, 깨끗한 이와 깨끗하지 않은 자를 혼동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파멸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날 거룩한 스승께서는 사밧티의 제타 숲, 외로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장자의 동산에 계셨다. 그때 모습이 아름다운 한 신이 한 밤중이 지나 제타 숲을 두루 비추며 스승께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예의를 갖춰 절한 뒤, 한 쪽에 서서 시로써 물었다.




91.
“파멸하는 사람에 대해서 고타마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파멸에 이르는 문은 어떤 것입니까? 스승께 그것을 묻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92.
스승은 대답하셨다.
“잘되는 사람도 알아보기 쉽고, 파멸하는 사람도 알아보기 쉽다.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잘 되고, 진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파멸한다.


93.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첫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둘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4.
“나쁜 사람들을 가까이하고 착한 사람들을 멀리하며, 나쁜 사람이 하는 일을 좋아하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5.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둘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셋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6.
“아무 때나 잠자는 버릇이 있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버릇이 있고, 분발하여 정진하지 않고 게으르며, 걸핏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7.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셋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넷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8.
“자기는 풍족하게 살고 있으면서 늙고 병든 부모는 돌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파멸의 문이다.”


99.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넷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다섯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0.
“바라문이나 사문 또는 다른 걸식하는 이를 거짓말로 속인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1.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다섯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여섯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2.
“엄청나게 많은 재물과 먹을 것이 풍족한 사람이 그것을 혼자서만 독차지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3.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여섯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일곱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4.
“혈통을 뽐내고 재산과 가문을 자랑하면서 자기 친척을 멸시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파멸의 문이다.”


105.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일곱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여덟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6.
“여자에게 미치고 술과 도박에 빠져, 버는 대로 다 잃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파멸의 문이다.”


107.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여덟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아홉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8.
“자기 아내로 만족하지 않고, 매춘부와 놀아나고 남의 아내와 어울린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9.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아홉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열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10.
“한창 때가 지난 남자가 틴발 열매처럼 불룩한 젖가슴을 가진 젊은 여인을 유혹하고 그녀에게 질투하는 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11.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열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열한 번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12.
“술과 고기 맛에 빠져 재물을 헤프게 쓰는 여자나 남자에게 집안 일을 맡긴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13.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열한 번째 파멸의 문입니다. 스승님 열두 번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14.
“크샤트리아 집안에 태어난 사람이 권세는 작은데 욕망만 커서, 이 세상에서 왕위를 얻고자 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15.
세상에는 이와 같은 파멸의 문이 있다는 것을 잘 살펴, 현자와 성자들은 진리를 보고 행복한 세계에 이른다.“



천한 사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어느 날 거룩한 스승께서는 사밧티의 젯타 숲, 외로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장자의 동산에 계셨다. 그때 스승께서는 오전에 바리때와 가사를 걸치고 밥을 빌러 사밧티에 들어가셨다.

그 때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라드바자의 집에는 성화가 켜지고 재물이 올려져 있었다. 스승은 사밧티의 거리에서 탁발하면서 그의 집에 가까이 가셨다.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스승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더니 말했다.

“까까중아, 거기 있거라. 엉터리 사문아, 거기 멈춰라. 천한 놈아, 거기 서거라.”

이렇게 당한 스승께서는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라드바자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이 참으로 천한 사람인지 알고나 있소?”

“고타마여, 나는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 조건을 알지 못합니다. 아무쪼록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나에게 그 이치를 말씀해 주십시오.”

“바라문이여, 그러면 주의 깊게 잘 들으시오, 내가 말해주겠소.”

네,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스승께 대답했다.

스승은 말씀하셨다.




116.
“화를 잘 내고 원한을 쉽게 품으며, 성질이 못돼 남의 미덕을 덮어 버리고, 그릇된 생각으로 음모를 꾸미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7.
한 번 태어나는 것이거나 두 번 태어나는 것이거나, 이 세상에 있는 생물을 해치고 동정심이 없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8.
시골과 도시를 파괴하고 공격하여, 독재자로 널리 알려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19.
마을에서나 숲에서나 남의 것을 훔치려는 생각으로 이를 취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0.
빚이 있어 돌려 달라는 독촉을 받으면 ‘당신에게 언제 빚진 일이 있느냐’고 발뺌을 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1.
얼마 안 되는 물건을 탐 내여 행인을 살해하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2.
증인으로 불려 나갔을 때 자신의 이익이나 남을 위해, 또는 재물을 위해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3.
때로는 폭력을 쓰거나, 또는 서로 눈이 맞아 친척 또는 친구의 아내와 놀아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4.
가진 재산이 풍족하면서도 늙고 병든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5.
부모, 형제, 자매, 또는 계모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6.
상대가 이익 되는 일을 물었을 때, 불리하게 가르쳐 주거나 숨긴 일을 발설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7.
나쁜 일을 하면서, 아무도 자기가 한 일을 모르기를 바라며 숨기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8.
남의 집에 갔을 때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서, 그 쪽에서 손님으로 왔을 때는 예의로써 보답하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29.
바라문이나 사문 또는 걸식하는 사람을 거짓말로 속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0.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바라문이나 사문에게 욕하며 먹을 것을 주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1.
어리석음에 이끌려 변변치 않은 물건을 탐내어 사실이 아닌 일을 말하는 어리석은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2.
자기를 내세우고 남을 무시하며, 스스로의 교만 때문에 비굴해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3.
남을 괴롭히고 욕심이 많으며, 인색하고 덕이 없으면서 존경을 받으려 하며,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4.
깨달은 사람을 비방하고 출가자나 재가 수행자들을 헐뜯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135.
사실은 성자(아라한)도 아니면서 성자라고 지칭하는 사람은 전 우주의 도둑이오. 그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천한 사람이오. 내가 당신에게 말한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가 참으로 천한 사람이오.


136.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때어나면서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137.
나는 한 사람을 예로 들겠으니 이것으로 내 말뜻을 알아 들으시오. 찬다라족의 아들이며, 개백정 마탕가로 세상에 알려진 사람이 있었소.


138.
그 마탕가는 얻기 어려운 최상의 지혜를 얻었소. 많은 왕족과 바라문들이 그를 섬기려 모여들었소.


139.
그는 신들의 길, 더러운 먼지를 떨어 버린 성스러운 길에 들어섰으며, 탐욕을 버리고 범천의 세계에 가게 되었소. 천한 태생인 그가 범천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소.


140.
베다(Vedas)를 외는 자의 집에서 태어나 베다의 글귀에 친숙한 바라문들도 때로 나쁜 행위에 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소.


141.
이와 같이 되면 현세에서는 비난을 받고 내세에는 나쁜 곳에 태어나오. 신분이 높은 태생도 그들이 나쁜 곳에서 태어나는 것을, 그리고 비난 받는 것을 막을 수는 없소.


142.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날 때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오로지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불을 섬기는 바라문 바라드바자는 스승께 말했다.

“훌륭한 말씀이십니다, 고타마시여. 훌륭한 말씀 이십니다, 고타마시여.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이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이, 또는 ‘눈이 있는 사람은 빛을 볼 것이다’하고 어듬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진리를 밝혀 주셨습니다. 저는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도를 닦는 수행자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당신 고타마께서는 저희들을 재가 수행자로서 받아 주십시오.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귀의 하겠습니다.”



자비


143.
사물에 통달한 사람이 평화로운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유능하고 정직하고, 말씨는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잘난 체하지 말아야 한다.


144.
만족할 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않고, 잡일을 줄이고 생활을 간소하게 하며, 모든 감각이 안정되고 지혜로워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남의 집에 가서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


145.
현명한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살 만한 비열한 행동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146.
어떠한 생물일지라도, 약하거나 강하거나 굳세거나, 그리고 긴 것이건 짧은 것이건 중간치건, 굵은 것이건 가는 것이건, 또는 작은 것이건 큰 것이건,


147.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살고 있는 것이나,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148.
어느 누구도 남을 속여서는 안된다. 또 어디서나 남을 경멸하여서도 안 된다. 남을 곯려 줄 생각으로 화를 내어 남에게 고통을 주어서도 안된다.


149.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지키듯이,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 없는 자비심을 발하라.


150.
또한 온 세계에 대해서 무한한 자비를 행하라. 위로 아래로 옆으로, 장애도 원한도 적의도 없는 자비를 행하라.


151.
서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서 잠들지 않는 한, 이 자비심을 굳게 가지라. 이 세상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신선한 경지라 부른다.


152.
온갖 빗나간 생각에 흔들리지 말고, 계율을 지키고 지혜를 갖추어 모든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린 사람은 다시는 인간의 모태에 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설산에 사는 자


153.
칠악 야차가 말했다.
“오늘은 보름, 포살 날이다. 눈부신 밤이 가까워졌다. 자,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 고타마를 만나러 가자.”


154.
설산 야차가 말했다.
“그의 마음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해서 편히 안정되어 있을까.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은 스스로를 자제할 수 있을까.”


155.
칠악 야차는 대답했다.
“그 분의 마음은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대해서 편히 안정되어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그 분의 생각을 스스로를 잘 자제할 수 있다.


156.
설산 야차가 말했다.
“그는 주지 않는 것은 가지려 하지 않을까. 그는 살아 있는 것을 죽이려 하지 않을까. 그는 게으르지 않을까. 그리고 그는 명상을 멈추고 있지 않을까.”


157. 칠악 야차는 대답했다. “그분은 주지 않는 것은 가지려 하지 않는다. 그분은 산 것은 죽이려 하지 않는다. 그분은 게으르지 않다. 눈을 뜬 사람은 명상을 멈추지 않는다.”


158.
설산 야차가 말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거친 욕설을 하지 않을까. 이간질을 하지 않을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을까.”


159.
칠악 야차는 대답했다.
“그 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분은 거친 욕설을 하지 않는다. 그 분은 이간질을 하지 않는다. 그 분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160.
설산 야차가 말했다.
“그는 욕망의 쾌락에 빠지는 일은 없을까. 그의 마음은 혼탁하지 않을까. 마음의 방황에서 벗어났을까. 그리고 모든 사물을 똑똑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을까.”


161.
칠악 야차는 대답했다.
“그 분은 욕망의 쾌락에 빠지지 않는다. 그 분의 마음은 혼탁하지 않다. 모든 방황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모든 사물을 명확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162.
설산 야차가 말했다.
“그는 밝은 지혜를 갖추고 있을까. 그의 행동은 순수할까. 그는 온갖 번뇌의 때를 소멸해 버렸을까. 그는 이제 또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을까.”


163.
칠악 야차는 대답했다.
그 분은 밝은 지혜를 갖추었다. 그 분의 행동은 순수하다. 그 분은 온갖 번뇌의 때를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그 분은 이제 다시는 세상에 태어나는 일이 없다.“


163 - 1.
설산 야차가 말했다.
“성인의 마음은 행동과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밝은 지혜와 맑은 수행을 갖추고 있는 그를 그대가 찬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63 - 2.
성인의 마음은 행동과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밝은 지혜와 맑은 수행을 갖추고 있는 그를 그대가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64.
칠악 야차가 말했다.
“성인의 마음은 행동과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자, 그럼 우리는 밝은 지혜와 맑은 수행을 가지고 있는 고타마를 만나러 가자.”


165.
설산 야차가 말했다.
“그 성인의 정강이는 영양과 같이 여위고 가늘다. 그분은 지혜롭고, 많이 먹지 않으며, 탐욕스럽지 않고, 숲 속에서 조용히 사색하고 있다. 자, 우리는 고타마를 만나러 가자.


166.
욕망을 돌아보는 일 없이 마치 사자처럼, 코끼리처럼 홀로 가는 그에게 우리는 물어보자. 죽음의 멍에에서 벗어나는 길을.“


167
두 야차가 함께 말했다.
“열어 보이는 분, 풀어서 밝히는 분, 모든 사물의 궁극에 이르고 원망과 두려움을 초월하여 눈을 뜬 고타마께 우리는 물어보자.”


168
설산 야차가 물었다.
“세상은 무엇으로 인해 생겨났습니까. 무엇으로 인해 사랑하게 됩니까. 세상 사람들은 무엇에 집착하고 있으며, 또 무엇에 괴로워하고 있습니까?”


169.
스승은 대답하셨다.
“설산에 사는 자여, 여섯 가지 것으로 인해 세상은 생겨 났고, 여섯 가지 것으로 인해 사랑하게 되고, 사람들은 여섯 가지 것에 접착하고 있으며, 또 그 여섯 가지 것에 괴로워하고 있다.”


170.
“세상 사람들이 괴로워한다는 그 집착이란 무엇입니까. 거기서 벗어나는 길을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까?”


171. “세상에는 다섯 가지의 욕망의 대상이 있고 의지의 대상은 그 여섯 번째이다. 그런 것에 대한 탐욕에서 벗어난다면 곧 괴로움에서 벗어나리라.


172.
이와 같이, 세상에서 벗어나는 길을 그대들에게 사실대로 밝혔다. 이 일을 나는 그대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173.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거센 흐름을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큰 바다를 건널 수 있겠습니까. 의지할 것도, 붙잡을 것도 없는 깊은 바다에 들어가면 어떤 사람이 가라앉지 않습니까?”


174.
“항상 계율을 몸에 지니고 지혜가 있고 마음을 한곳에 모아 안으로 살피고 염원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건너기 어려운 거센 흐름을 능히 건널 수 있다.


175.
관능의 욕망에서 떠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고 쾌락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깊은 바다에 가라 앉지 않을 수 있다.“


176.
설산 야차는 자기 동료들에게 말했다.
“지혜가 깊고 심오한 뜻을 깨닫고 아무것도 갖지 않고 육체의 욕망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천상의 길을 가는 저 위대한 선인을 보라.


177.
명성이 높고 심오한 뜻을 깨닫고 지혜를 가르쳐 주고 욕망의 집착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알고 거룩한 길을 가는 저 위대한 선인을 보라.


178.
오늘 우리는 눈부신 태양을 보고, 아름다운 새벽을 만나 상쾌한 기분으로 새날을 맞이했다. 거센 흐름을 건너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깨달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179.
여기 1천이나 되는 야차의 무리들은 초능력이 있고 명성도 가지고 있지만, 우리들은 모두 당신께 귀의합니다. 당신은 우리들의 더 없는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180.
우리들은 마을에서 마을로, 산에서 산으로 돌아다니겠습니다. 깨달은 분과 진리의 위대함에 예배 드리면서.“



알라바카 야차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거룩하신 스승께서는 알라비국 알라바카 야차의 처소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알라바카 야차가 밖에서 돌아와 스승에게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 주시오.”
“좋다, 친구여.”
스승은 나가셨다.

또 야차는 말했다.
“사문이여, 들어오시오.”
“좋다, 친구여.”
스승은 들어가셨다.

또 다시 알라바카 야차가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주시오.”
“좋다, 친구여.”
스승은 다시 나가셨다.

또 야차가 말했다.
“사문이여, 들어오시오.”
“좋다, 친구여.”
스승은 또 들어가셨다.

세 번째 또 알라바카 야차가 스승에게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주시오.”
“좋다, 친구여.”
스승은 나가셨다.

또 다시 야차는 말했다.
“사문이여, 들어오시오.”
“좋다, 친구여.”
스승은 들어가셨다.

네 번째 또 알라바카 야차가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주시오.”
그러자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는 더 나가지 않겠다. 네 할 일이나 해라.”

야차가 말했다.
“사문이여, 제가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만일 당신이 내게 대답을 못한다면,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당신의 심장을 찢은 뒤, 두 다리를 붙잡아 갠지스강 건너로 내 던지겠소.”

스승은 대답하셨다.
“친구여, 신, 악마, 범천을 포함한 세계에서, 그리고 사문, 바라문, 신, 인간을 망라한 모든 살아 있는 것 중에서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내 심장을 찢은 뒤, 두 다리를 붙잡아 갠지스강 건너로 내던질 만한 자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노라. 친구여, 그대가 묻고 싶은 것이 있거든 무엇이든 물어보라.”

알라바카 야차는 스승에게 다음의 시로써 여쭈었다.



181.
이 세상에서 사람에게 으뜸가는 재산은 무엇입니까. 어떠한 선행이 안락을 가져옵니까. 맛 중에서 참으로 맛있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을 최상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182.
스승은 대답하셨다.
“이 세상에서 믿음이 으뜸가는 재산이다. 덕행이 두터우면 안락을 가져오고, 진실이야말로 맛 중의 맛이며, 지혜롭게 사는 것이 최상의 삶이라 할 수 있다.“


183.
“사람은 무엇으로 생사의 거센 흐름을 건넙니까. 무엇으로 바다를 건너며, 무엇으로 고통을 극복합니까? 그리고 무엇으로 완전히 맑고 깨끗해 질 수 있습니까?”


184.
“사람은 신앙의 힘으로 거센 흐름을 건너고, 정진으로 바다를 건너며, 근면으로써 고통을 극복할 수 있고, 지혜로서 완전히 맑고 깨끗해진다.”


185.
사람은 어떻게 해서 지혜를 얻습니까. 어떻게 해서 재물을 얻고, 어떻게 해서 명성을 떨치며, 어떻게 해서 친구를 사귑니까. 또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갔을 때 걱정이 없겠습니까?“


186.
“성자들이 열반을 얻는 이치를 믿고 부지런히 배우면 그 가르침을 들으려는 열망에 의해서 지혜를 얻는다.


187.
적절하게 일을하고 참을성 있게 노력하면 재물을 얻는다. 성실을 다 하면 명성을 떨치고, 베품으로써 친구를 사귄다.


188.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성실과 자재와 인내와 베품, 이 네가지 덕이 있으면, 그는 저 세상에 가서도 걱정이 없을 것이다.


189.
만일 이세상에 성실과 자재와 인내와 베품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널리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물어 보라.“


190.
야차가 말했다.
“무엇 때문에 다시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널리 물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저는 오늘 이 세상에 이익 되는 일을 깨달았습니다.


191.
아, 깨달은 분께서 알라비에 살러 오신 것은, 저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늘 저는 남에게 베풀면 어째서 위대한 열매가 얻어지는가를 알았습니다.


192.
저는 시골에서 시골로 도시에서 도시로 돌아다니겠습니다. 깨달은 분과 진리의 위대함에 예배드리면서.“



극복


193.
걷거나 서고, 앉거나 눕고, 몸을 구부리거나 편다. 이것은 육체의 동작이다.


194.
이 몸은 뼈와 힘줄로 연결되어 있고 살과 살갗으로 덮여 있어, 있는 그대로 볼 수는 없다.


195.
이 몸의 내부는 위와 장과 간, 방광, 심장, 폐장, 신장, 비장으로 가득차 있다.


196.
그리고 콧물, 침, 땀, 지방, 피, 관절액, 담즙, 기름 등이 있다.


197.
또 이 몸의 아홉 구멍에서는 끊임없이 오물이 나온다. 눈에서는 눈곱, 귀에서는 귀지.“


198.
코에서는 콧물, 입에서는 침과 가래, 그리고 온몸에서는 땀과 때가 나온다.


199.
또 머릿속의 빈 곳은 뇌수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무지에 이끌려서 이런 육신을 깨끗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200.
또 죽어서 쓰러졌을 때는 몸이 부어서 검푸르게 되고, 무덤에 버려져 친척도 그것을 돌보지 않는다.


201.
개나 여우, 늑대, 벌레들이 파먹고, 까마귀나 독수리 같은 날짐승이 쪼아먹는다.


202.
이 세상에서 지혜로운 수행자는, 깨달은 사람의 말씀을 듣고 그곳을 완전히 이해한다. 왜냐하면 그는 있는 그대로 보기 때문이다.


203.
‘저 죽은 시체도 얼마 전까지는 살아 있는 내 몸뚱이와 같은 것이었다. 살아 있는 이 몸도 언젠가는 죽은 저 시체처럼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알고 안팍으로 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204.
이 세상에서 육체의 욕망을 떠난 지혜로운 수행자는 죽지 않고, 평화롭고 멸하지 않는 열반의 경지에 도달한다.


205.
인간의 이 몸은 부정하고 악취를 풍기므로, 꽃이나 향으로 은폐되어 있다. 그렇지만 온갖 오물로 가득 차 있어 여기저기서 그것이 흘러나오고 있다.


206.
이런 몸뚱이를 지니고 있으면서 스스로 잘난 체하거나 남을 무시한다면, 그는 눈먼 소경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성인


207.
친한 데서 두려움이 생기고 가정 생활에서 더러운 먼지가 낀다. 그러므로 친함도 없고 가정 생활도 없다면 그것이 바로 성인의 생활이다.


208.
이미 돋아난 번뇌의 싹을 잘라 버리고 새로 심지 않고 지금 생긴 번뇌를 기르지 않는다면, 이 홀로 가는 사람을 성인이라 부른다. 저 위대한 성인은 절대 평화의 경지를 본 것이다.


209.
모든 번뇌가 일어나는 근본을 살펴 그 원인을 헤아려 알고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기르지 않는다면, 그는 참으로삶과 죽음을 뛰어넘은 절대 평화의 세계를 바라본 성인이다. 그는 이미 망상을 초월했기 때문에 미궁에 빠진 자의 무리속에 끼지 않는다.


210.
모든 집착이 일어나는 곳을 알아 아무 것도 바라지도 않고, 탐욕을 떠나 욕심이 없는 성인은 무엇을 하려고 따로 구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절대 평화의 세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211.
모든 것을 이기고 모든 것을 알며, 지극히 지혜롭고 여러 가지 사물에 더럽혀지지 않으며, 모든 것을 버리고 집착을 끊어 해탈한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2.
지혜의 힘이 있고 계율과 맹세를 잘 지키고, 마음이 한곳으로 집중되어 있고 명상을 즐기며, 생각이 깊고 집착에서 벗어나 거칠지 않고,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3.
홀로 걸어가고, 게으르지 않으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리에 놀리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4.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거나 욕을 하더라도 목욕하는 강가의 기둥처럼 태연하고, 육체의 욕망을 떠나 모든 감각을 잘 다스리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5.
베를 짜는 북처럼 곧고 편안하게 서서 모든 악한 행위를 싫어하고, 바른 것과 바르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6.
스스로 자재하여 악을 행하지 않고, 젊었을 때나 중년이 되어서도 자신을 억제한다. 그는 남을 괴롭히지 않고 남한테서 괴로움을 받지도 않는다.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7.
남이 주는 것으로 생활하고, 새 음식이거나 먹던 음식이거나 또는 먹고 남은 찌꺼기를 받더라도 먹을 것을 준 사람을 칭찬하지도 않고 화를 내어 욕하지도 않는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8.
성의 접촉을 끊고 어떤 젊은 여성에게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며, 교만하지도 태만하지도 않은, 그래서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19.
세상을 잘 알고 최고의 진리를 보고 거센 흐름과 바다를 건넌 사람, 속박을 끊어버리고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으며 번뇌의 때가 묻지 않은 사람. 현자들은 그를 성인으로 안다.


220.
출가한 이와 집에 있는 이는 거처와 생활 양식이 같지 않다. 집에 있는 이는 처자를 부양하지만, 계율을 잘 지키는 이(출가자)는 무엇을 보아도 내 것이라는 집착이 없다. 집에 있는 이는 남의 목숨을 해치고 절제하기 어렵지만, 성인은 자제하고 항상 남의 목숨을 보호한다.


221.
마치 하늘을 나는 목이 푸른 공작새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백조를 따를 수 없는 것처럼, 집에 있는 이는 세속을 떠나 숲 속에서 명상하는 수행자에게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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