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의 첫머리 부분을 좀 자세하게 읽어본다.
如是我聞 一時 婆伽婆
여시아문 일시 바가바
入於 神通大光明藏 三昧正受
입어 신통대광명장 삼매정수
一切如來 光嚴住持
일체여래 광엄주지
이와같이 내가 들었다.
한 때 바가바께서
신통대광명장삼매에 드시어
일체 여래와 빛으로 장엄된 세계를 주지하셨다.
‘바가바’, 한문으로는 세존(世尊)이라고 번역된다. 세상의 존경을 받는이라는 뜻임은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신통대광명장삼매’는 우주입체적인 빛으로 가득차 있는 삼매이다. ‘정수(正受)’는 삼매의 뜻을 한문으로 옮긴 것이다. 바르게 받아들인다는 말인데 무엇을 바르게 받아들이는가. 우주의 참모습을 왜곡시키지 않고 바르게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호수가 하나 있고 호수 주변을 산이 둘러싸고 있다고 하자. 호수의 수면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잔잔하면서 물까지 맑으면 산의 모습이 산의 모습 그대로 호수에 그림자로 가라앉는다. 그런데 바람이 불거나 누가 막대기로 호수를 휘저어 버리면 호수 수면의 상태가 흔들리면서 산의 모습까지도 흔들리면서 호수에 비치게 되고 심하게 호수 수면이 흔들리면 아예 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호수는 우리 마음이다. 마음의 호수, 그 수면이 평온하면 주변상황이나 나아가 우주의 참모습이 흔들리지 않고 호수인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내 마음이 흔들리면 비쳐드는 모든 그림자들도 흔들린다.
경기도 양주에 갔다가 어느 경찰관 아저씨에게 재미있으면서도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 쪽인지 어디인지 구체적인 나라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여간 그 나라에서 가장 심한 욕은 ‘도그 베이비’도 아니고 쌍시옷이 들어가는 단어도 아니란다.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내더니 경찰관 아저씨는 “그 나라에서 가장 심한 욕은 어떤 사람에게 ‘욕심쟁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몸 100조 개의 세포가 마치 그물에 한꺼번에 출렁거리듯이 입체적으로 출렁출렁 거렸다. 욕심이 마음의 호수를 흔들면 호수 바닥에서 저절로 먼지가 풀석 거린다.
허공의 빛으로 되어있는 호수가 있고 내 몸과 마음이 밝은 빛이 되어 그 호수가 하나가 되면 참 좋을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입체 그물로 되어있어서 그물코마다 빛으로 된 방울이 매달려있고 방울들끼리 소리를 내는 대신 반짝반짝하면서 대화를 나눈다면 성가신 언어는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물코 방울방울마다 불보살님이 한분씩 앉아계시면서 말없는 법문을 들려주고 덩달아서 우리도 광명방울의 말없는 설법을 듣는다면 그 그림은 상상으로 생각만 해도 온 몸의 모공이 온화해지는 느낌을 준다.
거의 모든 대승경전은 부처님께서 삼매에 드시어 설법하신 내용이다. 욕심이나 자기 나름의 생각이 거울표면이나 호수 면에 기름칠을 하거나 파도를 일게 해버리면 광명호수와 광명거울은 꿈에서도 보기가 힘들다. 자기 욕심에 맞게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경전을 읽으면서 저절로 욕심삼매에 들어갈 것이니, 욕심삼매에 들어간 채로 아까 말한 저 나라에 가면 어떤 욕을 얻어먹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필자가 경찰관 아저씨에게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경찰관 아저씨들이 단속하는 일이 이런저런 복잡한 일이 아니고 욕심부리는 것을 단속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면 참 좋을 텐데요.”
是諸衆生 淸淨覺地
시제중생 청정각지
身心寂滅 平等本際
신심적멸 평등본제
圓滿十方 不二隨順
원만시방 불이수순
於不二境 現諸淨土
어불이경 현제정토
與大菩薩摩訶薩 十萬人俱
여대보살마하살 십만인구
이는 모든 중생들의
청정한 깨달음의 밑바탕자리이니
시방세계를 원만하게 채우고 있어서
불이의 이치를 그대로 따르며
불이의 경지에서 모든 정토를 나타내시어
이 자리에서 대보살마하살 십만인과 함께 하시었다.
둥근 구슬을 생각해본다. 평면의 동그라미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둥근 구슬이다. 평면의 동그라미를 360도 방향으로 각각 360도씩 회전시키면 되는 구슬인데 그 크기가 우주보다 크면서 때로는 티끌먼지보다 작기도 하다. 마음구슬이기도 하다.
원효 스님 <대승기신론해동소> 서문에서 마음구슬의 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欲言大矣 욕언대의
入無內而莫遺 입무내이막유
欲言微矣 욕언미의
苞無外而有餘 포무외이유여
크다고 말하자니
안이 없는 가장 작은 무내 속에
들어가고도 남음이 없고
작다고 말하자니
밖이 없는 가장 큰 무외를
감싸고도 넉넉하게 남는다네.
이 구슬이 모든 중생의 밑바탕자리이다. 나는 지금 이 구슬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이 구슬 안에서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그저 하나의 구슬일 뿐이다. 내가 마음먹는 그대로 입체구슬에 입체 그림과 입체 동영상이 펼쳐질 뿐이다. 내가 촬영하는 동영상과 수많은 사람들이 촬영하는 동영상이 홀로그램으로 겹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서로 겹쳐지면서 항하사수(恒河沙數)만큼, 셀 수 없을 만큼의 동영상을 동시에 방영하고 있다.
가끔 주파수가 어중간하게 맞추어지면 지지직 잡음이 들리면서 화면이 어지럽게 흔들리기도 한다. 부처님과 보살님들은 이 입체구슬화면에 모든 정토를 나타내주신다. 불보살님께서 나타내 보여주시는 입체동영상의 화면이 나오도록 주파수를 맞추거나 맞추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중생들이 들고 있는 리모컨에 달려있다.
리모컨의 건전지가 방전이라도 될라치면 화면을 아예 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전에 어떤 분은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도 화면이 안 켜져서 텔레비전을 교체하고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나중에 보니 리모컨의 건전지가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건전지가 방전되지 않도록 충분히 휴식도 취하고 운동도 맞춤형으로 알맞게 하고 영양섭취도 잘 할 일이다.
원각경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보살님들은 문수사리보살, 보현보살, 보안보살, 금강장보살, 미륵보살, 청정해보살, 위덕자재보살, 변음보살, 정재업장보살, 보각보살, 원각보살, 현선수보살이다.
賢善首菩薩等 而爲上首
현선수보살등 이위상수
與諸眷屬 皆入三昧
여제권속 개입삼매
同住如來 平等法會
동주여래 평등법회
현선수보살 등이 상수가 되어
모든 권속들과 다함께 삼매에 들어가
여래의 평등한 법회에 함께
편안하게 머물렀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온 시청자들을 삼매로 끌어들인다. <원각의 후예>인 모든 중생들도 사실은 모두가 일시에 삼매에 들어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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