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 소쇄원 광풍각 (瀟灑園 光風閣)
소쇄원(瀟灑園)은 한국 최고의 원림(園林)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소쇄원을 둘러 보고는 "소문보다 못하다" 고 혹평을 합니다. 그런 분에게는 "공휴일은 피하고 장마 때 찾아보라" 고 권합니다.
소쇄원은 조광조의 제자였던 양산보(梁山甫)가 기묘사화로 스승이 사약을 받자 고향으로 돌아와 두문불출하면서 정성을 다해 자신만의 세계로 꾸민 곳입니다.
여기에 수십 수백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면 '소쇄' 한 곳이 아니라 '번잡' 한 공간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끼가 자라던 바위는 신발에 닳아서 반질거리고 오솔길은 뭉개져 잡초마저 보이지 않으며, 관광객의 잡담에 골짜기가 흔들리니 이를 어찌 소쇄원이라 하겠습니까.
장마 때가 되면 소쇄원에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깁니다. 바위에는 푸릇푸릇 이끼가 돋아나고 물이 없어 죽어가던 십장폭포가 살아나서 소리를 냅니다. 이런 날이라야 소쇄원을 진짜에 가깝게 느낄 수 있습니다.
소쇄원의 중심인 너럭바위 위로 흘러 떨어지는 십장폭포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세운 정자가 광풍각(光風閣)으로, 소쇄원 건물 가운데 가장 낮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듣는 즐거움까지 고려한 양산보의 높은 안목 때문입니다.
글.그림 김영택(펜화가)
2001.04.06
담양 소쇄원
한국 건축 문화재를 그리다가 시야를 세계로 넓히면서 웅대한 해외 유적 앞에 주눅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깨달은 것이 나라마다 구성 민족과 풍속이 다르고, 국토의 크기와 인구에 차이가 있듯이 건축문화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한국 최고의 별서정원(別墅庭園:집 가까이에 별장처럼 따로 지은 집)으로 손꼽히는 담양 소쇄원(瀟灑園)을 펜화에 담았습니다. 양산보(梁山甫:1503~1557)가 집 가까운 계곡의 작은 폭포 옆에 서재와 정자를 짓고 유유자적하던 곳입니다.
전문가들이 소쇄원을 극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가 ‘ㄷ’자 모양의 담장입니다. 계곡 위를 막고 아래쪽 담을 터놓았습니다. 출입을 제한하기 위한 담장이 아니라 계곡의 풍광을 오롯이 담아두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담으로 소쇄원은 은밀한 별천지가 됩니다.
둘째는 소쇄원의 중심 정자인 광풍각(光風閣)의 높이입니다. 높게 짓는 여느 정자와 달리 무척 낮게 지었습니다. 폭포 소리가 잘 들리는 높이를 찾느라 여러 번 공사를 했답니다. 베갯머리에서 폭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무나 누리는 복이 아닙니다.
광풍각 마루 가운데에는 1칸짜리 작은 온돌방을 들였습니다. 이 방 3면의 문이 들어열개문 입니다. 이것이 셋째 주요 포인트입니다. 문을 접고 들어올려 걸쇠에 걸면 온돌방으로 계곡의 풍치가 몰려듭니다. 마루도 넓게 트인 통마루가 됩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쟁이 문입니다. 광풍각에 10분쯤 앉아 있으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한국 특유의 별서정원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2010.10.07
김영택 화백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국가브랜드위원회 선정 한국의 대표작가.
한국펜화가협회 초대회장.
1945년 인천 출생
197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1993년 국제상표센터(International trademark Center)에서 전 세계 그래픽 디자이너 54인에게 수여하는 '디자인 엠베서더(Design Ambassador) 칭호를 받음.
1994년 제 1회 벨기에 비엔날레 초청 작가.
2000년 국제 로터리 3650지구 '총재월신'에 펜화기행 연재.
2002년에서 2008년까지 중앙일보 ‘김영택의 펜화기행’,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일보 ‘김영택의 펜화로 본 세계건축문화재’등 다양한 작품들을 연재.
2002년 통도사 주요 건축문화재 펜화 기록 작업.
2004년 인사동 학고재 첫 전시회 '펜화 기행 Ⅰ'전.
김영택 화백이 작품집 『펜화기행』을 출간했다(지식의숲).
경복궁·송광사·병산서원 등 전국의 문화유산 60여 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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