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을 항복받지 못하고 굳게 닫지 않으며 지켜 보호하지 않고 꼭 붙잡지 않으며 닦고 익히지 않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게 된다
붓다는 “먹는 여러 가지 음식에서도, 또한 맛있고 맛없는 것 있네. 좋은 맛에도 탐욕을 내지 말고, 나쁜 맛이라 해도 또한 가리지 말라.”고 가르쳤다. 음식에 대한 집착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삶은 온통 감각기관을 만족시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끝내 감각기관의 만족을 얻지 못한 채 죽고 만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붓다의 가르침은 세상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역류문(逆流門)임은 틀림없다.
따라서 모름지기 수행자라면 육근(六根)의 문을 단단히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여섯 가지 감각접촉의 장소를 통해 온갖 번뇌가 스며들 뿐만 아니라 수행자의 율의(律儀)에서 벗어나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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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스님의 아함경 강의 15
조복경(調伏經)
<원문(原文)>
(二七九)
如是我聞:
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爾時。世尊告諸比丘。
"於此六根不調伏.不關閉.不守護.不執持.不修習。於未來世必受苦報"
"何等為六根。眼根不調伏.不關閉.不守護.不修習.不執持。於未來世必受苦報。耳.鼻.舌.身.意根亦復如是。愚癡無聞凡夫眼根見色。執受相。執受隨形好。任彼眼根趣向。不律儀執受。住世間貪.愛.惡不善法。以漏其心。此等不能執持律儀。防護眼根。耳.鼻.舌.身.意根。亦復如是。如是於六根不調伏.不關閉.不守護.不執持.不修習。於未來世必受苦報."
"云何六根善調伏.善關閉.善守護.善執持.善修習。於未來世必受樂報。多聞聖弟子眼見色。不取色相。不取隨形好。任其眼根之所趣向。常住律儀。世間貪.愛.惡不善法不漏其心。能生律儀。善護眼根。耳.鼻.舌.身.意根。亦復如是。如是六根善調伏.善關閉.善守護.善執持.善修習。於未來世必受樂報."
即說偈言:
"於六觸入處 住於不律儀
是等諸比丘 長夜受大苦
斯等於律儀 常當勤修習
正信心不二 諸漏不漏心
眼見於彼色 可意不可意
可意不生欲 不可不憎惡
耳聞彼諸聲 亦有念不念
於念不樂著 不念不起惡
鼻根之所嚊 若香若臭物
等心於香臭 無欲亦無違
所食於眾味 彼亦有美惡
美味不起貪 惡味亦不擇
樂觸以觸身 不生於放逸
為苦觸所觸 不生過惡想
平等捨苦樂 不滅者令滅
心意所觀察 彼種彼種相
虛偽而分別 欲貪轉增廣
覺悟彼諸惡 安住離欲心
善攝此六根 六境觸不動
摧伏眾魔怨 度生死彼岸. "
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所說。歡喜奉行
<역문(譯文)>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을 항복받지 못하고 굳게 닫지 않으며 지켜 보호하지 않고 꼭 붙잡지 않으며 닦고 익히지 않으면, 미래 세상에서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果報)를 받을 것이다.
어떤 것을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라고 하는가? 눈이라는 감각기관[眼根]을 항복받지 못하고 굳게 닫지 않으며 지켜 보호하지 않고 닦고 익히지 않으며 꼭 붙잡지 않으면, 미래 세상에서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이라는 감각기관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어리석은 범부들은 눈이라는 감각기관으로 빛깔을 보면, 그 모양을 집착해 받아들이고 거기에 따른 좋은 형상을 집착해 받아들이고는, 그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가는 대로 맡겨서 율의(律儀)가 아닌 것을 집착해 받아들이고 세상의 탐욕과 사랑,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에 머물러 그 마음을 새어나가게 한다. 이들은 율의를 확고히 지켜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보호하지 못하나니, 귀•코•혀•몸•뜻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이와 같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항복받지 못하고 굳게 닫지 않으며 지켜 보호하지 않고 꼭 붙잡지 않으며 닦고 익히지 않으면, 미래 세상에서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잘 항복받고 굳게 잘 닫으며 잘 지켜 보호하고 꼭 붙잡으며 잘 닦고 익히면, 미래 세상에서 반드시 즐거움의 과보를 받는다고 하는가? 많이 배운 거룩한 제자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빛깔의 모양을 취하지 않고 거기에 따른 좋은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가는 대로 맡기되 언제나 율의에 머물러 세간의 탐욕과 사랑,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마음에서 새어나가지 않는다. 그리하여 능히 율의를 일으키고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잘 보호한다.
귀•코•혀•몸•뜻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이와 같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잘 항복받고 굳게 잘 닫으며 잘 지켜 보호하고 꼭 붙잡으며 잘 닦고 익히면, 미래 세상에는 틀림없이 즐거움의 과보를 받을 것이다.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육촉입처(六觸入處)에서
율의 아닌 것에 머무르면
이들 모든 비구는
오랜 세월 동안 큰 고통 받으리.
이들이 율의에서
언제나 부지런히 닦고 익히면
바른 믿음으로 마음이 하나 되어
어떤 번뇌도 마음에서 새어나가지 않으리.
눈으로써 저 빛깔을 보면
마음에 맞고 맞지 않는 것이 있네.
마음에 맞아도 탐욕을 내지 말고
마음에 안 맞는다고 미워하지도 말라.
귀로 듣는 저 모든 소리들
기억하고 싶은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네.
기억할만하더라도 즐거워해 집착하지 말고
기억할 것 못된다고 미워하지도 말라.
코로써 맡는 저 냄새들
혹은 향기롭고 혹은 지독하네.
향기와 악취에 평등한 마음으로
탐욕을 내지 말고 언짢아하지도 말라.
먹는 여러 가지 음식에서도
또한 맛있고 맛없는 것 있네.
좋은 맛에도 탐욕을 내지 말고
나쁜 맛이라 해도 또한 가리지 말라.
즐거운 감촉이 몸에 부딪쳐도
거기에 빠져서 방일(放逸)하지 말고
괴로운 감촉에 부딪쳐도
지나치게 싫어하는 생각을 내지 말라.
평등하게 괴로움과 즐거움을 버려
소멸하지 않는 것을 소멸하게 하라.
내 마음으로써 관찰하는 바
이것이나 저것의 온갖 모양을
참답지 않게 거짓으로 분별하면
욕망과 탐욕은 갈수록 더욱 더하리.
저 모든 나쁜 것 깨달아 알고
욕심을 멀리 여의고 편히 머물라.
이 여섯 감각기관을 잘 거두어
육경(六境)이 부딪쳐도 움직이지 않으면
원수 같은 모든 악마 무찔러 항복받고
생사를 넘어 저 언덕으로 건너가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해석(解釋)>
이 경은 <잡아함경> 권11 제279경(『대정장』 2, p.76a-c)이다. 이 경과 대응하는 니까야는 SN35:94 Sangayha-sutta(SN Ⅳ, pp.70-71)이다. 이 경의 이름은 사본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스리랑카본에서는 Chaphassayatana-sutta(여섯 감각접촉의 장소 경)으로 되어 있고, 미얀마 육차결집본에서는 Adantagutta-sutta(길들이지 않고 보호하지 않음 경)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PTS본에서는 Sangayha-sutta(포함된 경)으로 표기했다. 이 경에 게송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비구 보디(Bhikkhu Bodhi)는 미얀마본에 따라 ‘Untamed, Unguarded’(길들이지 않고 방어하지 않음 경)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아가마와 니꺄야의 내용은 거의 일치한다.
이 경의 핵심은 여섯 가지 감각기관[六根]을 항복받지 못하고 굳게 닫지 않으며 지켜 보호하지 않고 꼭 붙잡지 않으며 닦고 익히지 않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과보를 받지만,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잘 항복받고 굳게 잘 닫으며 잘 지켜 보호하고 꼭 붙잡으며 잘 닦고 익히면, 반드시 즐거움의 과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범부들은 눈이라는 감각기관으로 빛깔을 보면, 그 모양을 집착해 받아들이고 거기에 따른 좋은 형상을 집착해 받아들이고는, 그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가는 대로 맡겨서 율의(律儀)가 아닌 것을 집착해 받아들이고 세상의 탐욕과 사랑,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에 머물러 그 마음을 새어나가게 한다.
그러나 성자들은 눈으로 빛깔을 보아도 빛깔의 모양을 취하지 않고 거기에 따른 좋은 형상을 취하지 않으며,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가는 대로 맡기되 언제나 율의에 머물러 세간의 탐욕과 사랑,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마음에서 새어나가지 않게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잘 보호한다. 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도 또한 그와 같다.
니까야에서는 “여섯 가지 감각접촉의 장소[六觸入處]들을 길들이지 않고 보호하지 않고 제어하지 않고 단속하지 않으면 괴로움을 실어 나른다(dukkha-adhivaha)”고 하였다. 반대로 “여섯 가지 감각접촉의 장소들을 길들이고 보호하고 제어하고 단속하면 행복을 실어 나른다(sukha-adhivaha)”고 하였다.
오늘날 온갖 미디어에서는 오감의 만족을 추구하는 프로그램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눈의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야한 사진과 동영상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귀의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수많은 종류의 음악들이 생산되고 있으며, 코의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화장품과 향수의 광고가 넘쳐난다.
또한 혀의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온갖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정보가 넘쳐나고, 몸의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으며, 뜻의 감각기관을 혼란시키는 거짓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육근(六根)의 문을 단속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거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이 경에서 붓다는 “먹는 여러 가지 음식에서도, 또한 맛있고 맛없는 것 있네. 좋은 맛에도 탐욕을 내지 말고, 나쁜 맛이라 해도 또한 가리지 말라.”고 가르쳤다. 음식에 대한 집착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삶은 온통 감각기관을 만족시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끝내 감각기관의 만족을 얻지 못한 채 죽고 만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붓다의 가르침은 세상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역류문(逆流門)임은 틀림없다.
따라서 모름지기 수행자라면 육근의 문을 단단히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여섯 가지 감각접촉의 장소를 통해 온갖 번뇌가 스며들 뿐만 아니라 수행자의 율의(律儀)에서 벗어나 버리기 때문이다.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마성 스님은...
스리랑카팔리불교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철학석사(M.Phil.) 학위를 받았다.
태국 마하출라롱콘라자위댜라야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및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불교신행공덕』(불광출판부, 2004), 『마음 비움에 대한 사색』(민족사, 2007), 『사캬무니 붓다』(대숲바람, 2010), 『왕초보 초기불교 박사되다』(민족사, 2012) 등이 있으며,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팔리문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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