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반드시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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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의 펜화로 보는 한국] 경북 문경 봉암사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기품 풍기는 '한국의 美'


 2003년 3월 초, 양산 통도사에서 1년 넘게 살며 작업하던 통도사 건축문화재 펜화 수록 작업이 끝나갈 무렵 문경 봉암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봉암사 그림을 그려 판화본으로 100점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습니다.

 당시 봉암사에는 조실로 계신 서암(西庵) 스님이 연로하여 입적이 가까워졌는데, 서암 스님은 조계종 종정까지 지내신 큰스님이라 입적을 하시면 찾아올 수천 명의 문상객을 위하여 임시 공양간을 지어야 하는데 공사비 마련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지요.

 봉암사는 조계종의 특별선원으로 스님들이 수행만 하는 기도처여서 일반인은 사월 초파일 외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신도의 수가 적습니다. 그런 사정 때문에 보시금(布施金) 모금을 위해 특별한 답례품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봉암사 그림을 그리고 싶던 차에 쉽게 들어갈 기회가 생긴 셈이라 두말 않고 승낙을 했습니다.






* 노주석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한쌍의 노주석(불우리), 돌받침은 야간 행사가 있을때 관솔불을 피워 마당을 밝히던 곳이다.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 5년(879) 지증대사(智證大師)가 세운 절로 후삼국의 전란으로 극락전만 남고 폐허가 된 것을 정진대사가 다시 세웠으나 임진왜란 때 극락전과 일주문만 빼고 모두 불에 타버립니다. 현재의 건물은 대다수가 요즈음 지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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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지증대사 부도 중대석과 하대석 / (中)삼층석탑/ (下)지증대사 부도

 봉암사에서 가장 오래된 법당인 극락전(보물 1574호) 은 기단 평면이 정방형이어서 본래 탑이 있던 자리로 보기도 합니다. 지붕은 두 겹 지붕을 올린 겹지붕이며 지붕 꼭대기에 돌로 만든 상륜부가 있는 독특한 건물입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불이 붙은 장작개비를 던져도 불에 타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웅보전 앞마당에는 좌우에 노주석 두 개가 있습니다. 야간 행사 때 관솔불을 피워 마당을 밝히던 시설인데 전깃불에 임무를 넘기고 작은 소나무까지 자라는 화분이 되었습니다.

 금색전 앞의 삼층석탑은 보물 제169호로 상륜부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귀중한 탑입니다. 기단이 무척 넓고 배례석까지 갖추었습니다.

 절 뒤편에 883년에 세운 지증대사 부도(보물 제137호)와 부도비(보물 제138호)가 있는데 부도는 적조탑(寂照塔)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큰 부도로 조각이 선명하며 아름답습니다. 특히 중대석에 새긴 사리함, 공양상과 주악상은 다른 부도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조각이 세련되었습니다. 8각 몸돌의 앞뒤에 자물쇠를 단 문을 새겨서 부도 안에 큰스님이 계신다는 의미를 부여하였고, 사천왕으로 호위를 시키고 두 명의 보살을 배치하였습니다.

 부도비를 적조탑비라 하는데 높이가 273㎝에 달하는 큰 비석입니다. 거북 머리가 당당하고 비머리도 조각이 훌륭합니다.

 정진대사 부도는 절 동쪽 산기슭에 있는데 지증대사 부도를 모방한 모양이 역력합니다.

 원오탑(圓悟塔)이라고 하는데 조각을 대폭 생략한 중대석이 특이합니다. 보물 제171호로 높이가 5m에 달하는데 넓은 기단 위에 우뚝 서있어 장대한 느낌을 줍니다. 부도비는 훨씬 밑에 세웠는데 보물 제172호로 높이가 270㎝입니다.

 봉암사는 국내 최대의 선원으로 100여명의 스님이 밤낮으로 화두(話頭)를 들고 참선(參禪) 수행을 합니다. 깨닫는 길은 참으로 어려운 길이어서 용맹정진, 치열하게 수행을 하다 몸을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식사 후에 운동 삼아 몇 십 분씩 걷는 스님들이 많습니다. 포행이라고 하는데 봉암사 스님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가 정진대사 부도탑이 있는 동쪽 언덕과, 반대로 마애보살좌상이 있는 서쪽의 백운대 계곡입니다.



 계곡을 따라 솔잎이 쌓인 산길을 십여 분쯤 걸으면 폭포가 쏟아지는 넓은 바위를 만납니다. 백운대라고 하여 봉암사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너럭바위 위에 높이 4.5m의 마애불이 서있습니다. 얼굴은 도톰하게 양각을 하였으나 몸은 선으로 처리하였습니다. 입은 작으나 원만한 인상입니다. 白雲臺(백운대)라는 암각 글자는 최치원(崔致遠)의 글씨라고 전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답니다. 펜화가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사월 초파일날 찾아가 보십시오. 여느 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ㆍ글ㆍ사진 김영택 펜화가(honginart@hanmail.net)

출처: 조선일보




김영택 ‘펜화기행’전 0.08mm 선으로 빚은 山寺의 절경
산사-정자 등 40여점 학고재서 15일까지

 법보신문에 ‘펜화기행’을 연재중인 김영택씨가 6월 2일부터 15일까지 학고재에서 ‘펜화기행’전을 연다.

 서양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뒤러, 램브란트 등의 많은 화가들이 펜화를 남겼지만 전통적으로 붓을 사용한 우리는 펜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미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란 명성을 얻은 김영택씨는 과감히 디자인 일을 접고 펜을 잡았다. 또한 어느 누구에게도 쉽사리 사사받을 수 없는 척박한 풍토임에도 그는 서양의 펜화 기법을 차용하지 않고 동양풍모, 즉 동양화 기법을 바탕으로 한 펜화를 그려가고 있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은 우리문화재, 특히 한국 전통양식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통도사를 비롯한 신륵사, 쌍봉사, 봉암사 등 전국의 사찰을 순례중인 그는 사찰건축의 미적 요소를 유감없이 드러내 놓고 있다. 단순한 기록 차원의 기록화를 넘어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그의 작품에는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소나무는 물론 숲이며 시냇물 바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문경봉암사 일주문〈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시냇물을 따라 일주문으로 들어서는 한 수행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영축산 극락암 역시 암자 못지 않게 둥그런 다리를 앞 화면에 배치해 그려냄으로써 세속과 피안을 잇는 그래서 세속과 피안이 둘이 아님을 표출해 내고 있다. 합천 영암사지에 담긴 기암괴석의 웅장한 산과 청풍이 머금은 숲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절경에 압도하게 만든다. 그 화면에 남아있는 돌계단과 쌍사자 석탑을 정성들여 그려냄으로써 다시 한 번 당시의 위용이 드러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0.08mm의 펜을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조금 여유있게 한획씩 그음으로써 원근은 물론 명암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입체감을 주고 있다. 따라서 펜화에 등장하는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기왓장과 서까래에는 맑으면서도 세밀한 기운이 한껏 농축되어 있다.



문경 봉암사 일주문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서 봉암사(鳳巖寺)로 가는 길에는 이정표가 없습니다. 조계종 특별 선원(禪院)이라 사월초파일 외에는 개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봉암사에서 올 3월 초, 판화본으로 일주문 등을 그려주면 서암 큰스님이 입적했을 때 조문객을 맞이할 공양간 불사에 쓰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신라 헌강왕 5년(879)에 지증(智證)국사가 창건한 봉암사의 일주문은 화려하진 않지만 기품이 있습니다. 가공하지 않은 기둥에선 친근미가 우러납니다. 그림을 완성한 다음날 새벽, 서암 스님이 입적하셨습니다.

 조계종 종정을 지냈던 스님이지만 열반송을 묻는 제자들에게 '그 노장(老長), 그렇게 살다갔다 해라'고 하셨답니다. 스님의 상여가 일주문 앞에서 마지막을 고할 때 내게는 스님의 마지막 말씀이 그 어떤 열반송보다 가슴 깊이 울렸습니다.


김영택 한국펜화연구원장 




김영택 화백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국가브랜드위원회 선정 한국의 대표작가.
한국펜화가협회 초대회장.

1945년 인천 출생
197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1993년 국제상표센터(International trademark Center)에서 전 세계 그래픽 디자이너 54인에게 수여하는 '디자인 엠베서더(Design Ambassador) 칭호를 받음.

1994년 제 1회 벨기에 비엔날레 초청 작가.

2000년 국제 로터리 3650지구 '총재월신'에 펜화기행 연재.

2002년에서 2008년까지 중앙일보 ‘김영택의 펜화기행’,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일보 ‘김영택의 펜화로 본 세계건축문화재’등 다양한 작품들을 연재.

2002년 통도사 주요 건축문화재 펜화 기록 작업.

2004년 인사동 학고재 첫 전시회 '펜화 기행 Ⅰ'전.


김영택 화백이 작품집 『펜화기행』을 출간했다(지식의숲).

경복궁·송광사·병산서원 등 전국의 문화유산 60여 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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