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카 스님의 티베트불교]
4. 불교부흥 위한 티베트 왕의 노력
랑다르마왕의 통치 이후 티베트에서는 이전 시대에 전해진 불법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삿된 가르침에 속아 부처님의 정법이 안착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티베트의 왕 예셰웨는 그런 상황을 매우 걱정하여 정법을 알려줄 스승 아띠샤를 모시기 위해 ‘갸쬔두셍게’와 여덟명의 일행을 황금과 함께 인도로 보냈다.
그러나 스승을 모시는데 실패하자 이번에는 아띠샤 존자를 초청하기 위해 왕이 직접 황금을 찾아 나섰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외도의 왕 갈록은 예셰웨왕을 감옥에 가뒀다.
감옥에 갇힌 왕을 구하기 위해 조카 장춥웨가 갈록왕을 만나러 갔다. 그는 왕을 데려가고 싶다면 아띠샤를 모시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종교로 귀의하거나 왕의 몸 크기만큼의 황금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장춥웨가 황금을 모아 다시 갈록왕을 찾아갔으나 그는 머리만큼의 황금이 부족하다며 예셰웨왕을 풀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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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라질 위기 처하자 아띠샤 초청위해 왕 나서
예세웨왕 감옥 갇혀서도 스승에 대한 믿음 간직해
장춥웨는 감옥에 갇힌 예셰웨왕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왕이시여. 갈록악왕(惡王)은 왕을 감옥에서 풀려나게 하려면 아띠샤를 모시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종교로 귀의하거나 왕의 몸 크기만큼의 황금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법을 포기하고 악왕 밑에 가는 것은 의미가 없고, 전쟁을 통해 악왕을 제압하면 수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므로 법에 위반됩니다. 이에 왕에게 많은 황금을 가져다주었는데 머리정도의 양이 부족하다며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빠른 시간 내에 그 만큼의 황금을 찾아올테니 그동안 부처님 가르침과 전생업을 생각하여 참으시고 계십시오.”
왕께서 크게 웃으시면서
“용감하도다. 내가 죽으면 법을 지키지 못할까봐 항상 걱정해왔는데 당신의 노력을 보니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기쁘다. 황금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구한다면 나는 삼보에 부끄러울 것이다. 이 생은 정법을 위해서 바치겠다. 악왕에게 티끌만큼의 황금도 주지 말고 모든 황금은 아띠샤를 초청하기 위해 인도로 보내라. 그리고 아띠샤를 모시지 못하더라도 스승께 당신을 모시기 위해 내가 목숨까지 바쳤다고 꼭 전달해라. 다음생에 꼭 뵙게 해 달라고 요청도 올려라”고 명했다.
예셰웨왕은 아띠샤를 모시기 위해 가장 소중한 두 가지를 바쳤다. 내적으로는 자신의 목숨과 외적으로는 자신의 재산을 바침으로써 아띠샤를 모시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
감옥에 갇혀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오직 티베트와 불법에 대해 걱정하고,부처님과 아띠샤에 대한 믿음만을 간직한 예셰웨왕의 모습을 보고 장춥웨는 큰 감동을 받았다.
예셰웨왕의 왕위를 계승한 장춥웨는 선대 왕의 뜻을 받들어 아띠샤를 티베트에 모시고자 했다. 왕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번역가 낙초 뿐임을 알고 그를 왕궁에 초대하였다. 예셰웨왕은 낙초를 왕좌에 올려서 극진한 대우를 하였다. 장춥웨왕은 그 밑에 앉아
“선지식이여, 과거 티베트에 불교가 전파되어 선대왕들의 노력으로 불법이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티베트불교는 삿된 가르침에 밀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위대한 학자들은 다 돌아가셨으며 예셰웨왕께서 인도에 많은 사람들을 보냈으나 그들도 죽고 아띠샤도 모셔오지 못하였습니다. 예셰웨왕께선 갈록악왕의 횡포로 감옥에 갇혀 계십니다” 고 말하며 그간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두 무릎이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리면서 아띠샤를 모셔와주길 청했다.
당시 티베트의 상황과 예셰웨, 장춥웨 두 왕의 노력을 익히 알고 있던 낙초는 그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인도로 가기로 결심했다.
왕은 먼 길을 떠나는 낙초 일행을 직접 배웅했다. 왕은 멀리서 낙초를 지켜보다 다시 불러 말하길, “가는 길에 장애가 많으니 관음불께 의지하십쇼. 이 일이 어렵지만 다녀오시면 은혜를 크게 갚겠습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낙초일행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띠샤는 예셰웨왕의 목숨까지 바친 신심과 장춥웨왕의 노력에 감응하여 티베트로 건너와 정법을 전했다.
남카 스님 삼학사원 주지
티베트 교리•수행지도 남카 스님 “타인 고통까지 여의고자 노력해야 수행”
오해였다. 티베트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랬다. 대부분 금강승, 탄트라, 밀교, 라마교 단어를 떠올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는 새로운 이름의 불교가 아니다. 불교 발원지 인도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700년 역사를 지닌 인도 나란다대학이 12세기 이슬람 침공으로 사라질 때, 그 법맥은 히말라야를 넘어 은둔의 땅 티베트로 건너와 꽃을 피웠다.
비밀이 있어서 밀교가 아니다. 티베트 불교는 ‘중관’, ‘유식’ 등 논서를 10~20년간 상세히 공부한 다음 방편이 다양하고 신속한 밀교수행에 들어간다. 이 가운데 달라이라마가 속한 최대종파 겔룩파 교학은 ‘뒤다’ 3년, ‘반야’ 5년, ‘중관’ 4년, ‘계율’ 4년, ‘구사론’ 4년을 합해 20년은 배워야 한단다.
국내 두 번째 티베트 사찰 개원 서울 불광동에 ‘삼학사원’ 마련
람림•입중론•입보리행론 등 9월13일부터 금•토•일 강의 일요일엔 기초 티베트어 수업
티베트 겔룩파 소속 남카 스님 뛰어난 박사 하람빠 게셰 취득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운영하며 티벳장경연구소 교수로도 활동
오해는 풀렸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동윤빌딩 7층에 부산 광성사에 이어 국내서 두 번째로 개원하는 티베트 사원에서 땐진 남카(Tenzin Namkha) 스님을 만나고 나서다.
겔룩파 소속으로 남카 스님도 이 과정을 모두 거쳤다. 8세 때 남인도의 티베트 사찰 간덴으로 출가해 31세까지 5대 경전을 배웠고, 같은 곳에서 15년 넘게 강의했다.
박사(게셰, Geshe) 중 최고 지위인 하람을 취득하기 위해 간덴, 데붕, 세라 사원 스님들과 6년 동안 시험 본 뒤 2000년 공부가 가장 뛰어난 박사란 뜻의 하람빠 게셰 학위를 받았다.
2002년 규메 사원에서 간덴, 데붕, 세라 사원 박사들과 박사 최종 시험에서 1등을 하고 그때부터 간덴 사원 교수로 임명돼 2003년까지 강의한 실력파다. 이후 달라이라마 요청으로 2004년 3월 한국에 와 티베트 불교를 전하고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 한국지부인 티베트하우스코리아 원장이자 동국대 경주캠퍼스 티벳장경연구소 초빙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남카 스님이 여는 티베트 사원은 ‘랍숨섀둡링’이다. 달라이라마가 지어 준 이름으로 우리말로는 삼학사원이다. ‘랍숨’은 계정혜 삼학, ‘섀둡’은 설명과 실천, ‘링’은 장소를 뜻한다. 2007년부터 한국불자들과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불교연구원을 빌려서 해왔던 공부를 티베트 사원에서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월세로 마련한 법당이다. 해서 티베트에서 석가모니 부처님, 문수보살, 관음보살을 모셔와 법당을 장엄했다. 창밖으로 삼각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점도 색달랐다.
스님은 9월13일부터 티베트 불교교리와 수행을 지도한다. 기존 강좌로 이미 금요일마다 오후 2시부터 ‘람림’, ‘뒤다’, ‘입중론’이 개설돼 있다. 9월13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입보리행론’과 ‘구사론’을, 일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명상기도와 람림법문이 이어진다. 오후 1시부터는 티베트어 기초를 배운다. 스님은 목요일 밤 경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금, 토, 일요일 삼학사원에 머무르며 한국어로 강의한다.
“티베트에서 계학과 정학은 본질적으로 통찰지혜를 드러내기 위한 겁니다. 예리하고도 견고한 판단력, 즉 통찰지혜가 생기려면 먼저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힘인 선정이 필요하지요. 마음을 집중하려면 무엇보다 산란함이 없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계율이 있습니다. 따라서 부처님 말씀인 경전과 그것을 해설한 논서를 배우고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사유하고 통찰하는 게 수행의 처음이자 끝이라 할 수 있어요. 배움과 사유의 결과는 의심을 제거하고 수행 결과로 본래 부처님마음을 믿는 견고함이 생깁니다.”
스님은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보리심(菩提心)을 강조했다. “부처님 가르침 핵심”이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보리심에 이를 수 있는 지침서로서 배워야 하는 교리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예정이다. ‘람림(깨달음에 이르는 단계적인 길)’, ‘뒤다(주요 논제를 모아 놓은 것)’, ‘입중론(공성의 견해를 논증파 입장에서 해설한 것)’, ‘입보리행론’, ‘구사론(부처님 가르침의 창고)’ 등이다.
스님은 ‘람림’에 주목했다. 일요법회에서도 ‘람림’을 법문하는 이유는 한국불자들 요청 때문이다. 스님은 “동산불교대학서 한 학기 강의한 적이 있는데, 노거사가 그제야 불교를 알게 됐으며 여생동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깨달았다며 감격해 했다”고 전했다.
수행체계와 실천방법인 ‘람림’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얻기 어려운 수행기회를 가진 이에게 윤회계 본질이 고통임을 사유하고 선행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 고집멸도 사성제 수행을 소개한 뒤 최고 단계인 보리심에 들어가는 문으로 6바라밀 실천, 사마타(선정, 止)와 위빠사나(지혜 혹은 알아차림, 觀)를 제시한다.
“티베트 명상을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정확히 말한다면 보리심입니다. 명상도 보리심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하지요. 할 수 있다면 보리심을 일으키고 그 보리심에 집중하고 향상시키는 겁니다. 궁극적 목표는 깨달음이며, 깨달음의 주요 원인이 보리심입니다. 보리심 없이는 깨달음도 없습니다. 명상할 때 보리심에 집중하는 게 사마타며, 보리심 일으킬 때 생기는 깨달음을 관찰하는 게 위빠사나입니다. 보리심이 뭘까요. 보리(菩提)는 깨달음이자 부처님입니다. 심(心)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이지요. 보리심에는 2가지 마음이 필요한데, 이타행을 추구하는 마음과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입니다. 왜 깨달음을 얻으려고 하나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고, 실천으로 이어질 때 이타행이 됩니다. 대승불교의 이유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리심은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려는 마음’이다.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다. 타인의 고통도 제 아픔처럼 느끼고 없애려는 마음이 보리심이며 부처님 마음자리인 셈이다.
한국불자들과 티베트 불교를 공부하려는 남카 스님 미소가 법당 한 쪽에 내걸린 약사여래불로 파랗게 번졌다. 마침 티베트 설산 닮은 삼각산의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랍숨섀둡링’ 창문을 두드렸다.
최호승 기자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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