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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의 펜화기행] 경북 경주 양동마을 관가정





'양반촌의 사랑채' 양동마을 관가정

 한국의 대표적 양반마을을 꼽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하회마을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하회보다 더 큰 반촌이 바로 경주시 강동면의 양동마을입니다. 워낙 유명한 경주에 가깝다 보니 손해를 본 셈이지요.

 하회마을이 강가에 배치된 수평적 구조라면 양동마을은 구릉지대에 자리잡은 입체적 구조이며, 하회가 풍산 유씨의 단일 집성촌이라면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의 집성촌입니다.

 이 곳을 제대로 보려면 삼사일쯤 잡아야 할 만큼 귀중한 전통가옥이 많아서 살아있는 건축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릉지대의 높은 곳에는 양반의 가옥이 있고 그 아래쪽에 하인들의 초가집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전통가옥들은 나라에서 무료로 수리를 하여 줍니다만 현지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 재래식 부엌이나 화장실이 말이나 됩니까. 이러니 멀쩡한 한옥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 어귀의 좌측 언덕을 넘어서면 손씨 종가의 관가정(觀稼亭)이 있습니다.

 관가정은 보물 422호로서 ㅁ자형 건물에 좌우로 날개가 나온 형태입니다. 그림에 보이는 건물이 관가정 서쪽의 사랑채로서 대청마루 밑을 낮추어놓고 난간을 둘러 정자와 같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고목이 된 목백일홍이 흐드러지게 핀 날 관가정에 앉아 형산강가의 너른 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해질녘이 되어도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글 .그림 : 김영택(펜화가)
2001.03.02



[김영택의 펜화로 보는 한국] 경주 양동마을(27)

'서글 퍼렇게' 전통 지켜온 양반촌

 양동마을에는 워낙 많은 건물이 있어서 일일이 나열하지는 못하지만 설창산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창은정사(蒼隱精舍)와 내곡정(奈谷亭)은 꼭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숲 속에 숨은 내곡정은 조용한 데이트 장소로 좋습니다.

 양반마을로 유명한 경주 양동마을의 식당에서 마을 주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호주제 폐지문제가 나오자 자기 집안 출신의 전국구 여성 국회의원이 폐지를 주장한다며 “어찌 양반가의 후손이 호주제를 폐지하는 데 앞장을 서느냐”고 노발대발하더군요.

 특히 여성계에서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으로 내세우는 ‘여성의 재가시 아들의 성을 새 아버지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어찌 이씨 자손의 성을 박씨나 최씨로 바꿀 수 있느냐”며 “나라 망칠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양동의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가문은 아직도 서슬 시퍼렇게 양반 가문의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반촌으로 안동 하회마을을 꼽는 분이 많은데 사실은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양동마을이 가장 큽니다. 150여 가옥 360여 채의 건물과 15개의 정자가 있어 하루 일정으로는 대충 구경하기도 어렵습니다. 하회마을이 평지여서 단조로우나 양동마을은 낮은 구릉으로 언덕과 골짜기마다 집이 숨어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마을 뒤 설창산(雪蒼山)을 주봉으로 하여 여러 개의 구릉이 물(勿)자형을 이루고 있어 여러 언덕과 골짜기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풍수적으로 좋은 터인데 특히 사위가 잘 되는 곳이랍니다. 풍덕 유씨인 유복하의 무남독녀에게 장가든 월성 손씨 손소(孫昭)가 처가 상속을 받아 양동마을에 눌러 살게 되었고, 여강 이씨인 이번(李蕃)이 손소의 장녀와 결혼하여 양동으로 옮겨와 살게 되어 양동마을이 양성 집성촌이 되었으니 맞는 말이지요. 사위가 잘 된 배경은 조선조 중기까지 유지되던 딸에 대한 균등상속 제도에 있습니다.

 월성 손씨 대종택(大宗宅)인 서백당(書百堂)은 문장봉(文章峰)의 지기가 모인 곳으로, 큰 인물 3명이 나온다는 곳입니다. 첫 번째로 우재(愚齋) 손중돈(孫仲暾, 1463~1529)이 태어났고, 두 번째는 손소의 장녀가 친정인 서백당에서 몸을 풀어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을 낳았답니다. 그 후로 서백당에는 시집간 딸이 해산을 못하도록 하였답니다. 남은 한 명의 인물을 손씨 가문에서 내기 위해서인데 이제는 그마저 어렵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누가 시골집에 가서 출산을 하겠습니까.


 아래 이미지 생략
▲ 향단
▲ 심수정
▲ 수운정
▲ 서백당
▲ 무첨당
▲ 양동마을 전경

 손중돈이 분가하여 살던 관가정(觀稼亭)은 마을 입구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서 형산강 너른 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ㅁ자형 건물 좌우에 날개가 달린 모양으로 보물 제442호입니다. 사랑채 누마루 주위에 배롱나무와 향나무들이 큰 고목이 되어 풍치를 살리고 있었는데 제초제를 잘못 뿌려 죽었습니다.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느낌입니다. 펜화는 나무가 죽기 전에 그린 것입니다.

 여강 이씨 가문의 대종가는 무첨당으로 보물 제411호입니다. 이언적의 부친이 살던 집으로 대원군이 방문하여 썼다는 좌해금서(左海琴書)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대원군이 파락호 시설 양동에 와서 이씨 문중으로부터 왕손 대접을 톡톡히 받았답니다. 그 후 집권을 한 대원군은 여강 이씨라면 검토해 보지도 않고 등용을 시켰답니다. 양동마을이 아직도 보존이 잘된 이유 중 하나라지요.

 향단은 회재가 지은 집으로 99칸 건물이었으나 허물어진 것을 1976년 보수하면서 56칸으로 줄었답니다. 그래도 집의 위용은 아직도 대단합니다. 보물 제412호입니다.

 두곡고택(杜谷古宅)도 볼 만한 집입니다. 대저택으로 집안 어른의 영정을 모신 두곡영당(杜谷影堂)과 동호정(東湖亭)이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양동마을에는 워낙 많은 건물이 있어서 일일이 나열하지는 못하지만 설창산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창은정사(蒼隱精舍)와 내곡정(奈谷亭)은 꼭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숲 속에 숨은 내곡정은 조용한 데이트 장소로 좋습니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


▲ 관가정 목백일홍

 여기저기, 이집저집을 보다가 지쳤다 싶으면 강변 언덕에 있는 수운정(水雲亭)과 설천정사(雪川精舍)를 찾아보세요. 마을 중심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인데도 방문객이 적어 호젓합니다. 넓게 펼쳐진 형산강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시원해질 것입니다.

 양동마을의 특징은 아직도 월성 손씨들과 여강 이씨들이 모여사는 살아있는 마을이란 것입니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건물의 신축, 개축, 보수를 몽땅 나라에서 해줍니다. 나랏돈으로 고급 한옥을 지어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것도 좋은 목재에 황토 흙집으로 지어줍니다. 그러나 사는 분들은 나름대로 불만이 많습니다. 화장실이 재래식이니 불편하기 짝이 없고, 세면장이나 목욕실은 꿈도 못 꿉니다. 펜화가도 추운 날 마당에서 고양이 세수를 했습니다. 방의 크기도 옛날식이어서 겨우 발을 뻗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가구를 들여놓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젊은이들이 모두 외지로 나가 양동초등학교가 폐교될 뻔했답니다. 궁여지책으로 경주나 포항에 사는 가정 중에 초등학생이 있는 가족에 빈 집을 무료로 임대하여 폐교를 면했답니다. 현재 월성 손씨 18가구, 여강 이씨 70여가구에 150여명이 살고 있으나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이 많답니다. 문중 재산으로 등록되지 않은 집이 50% 정도여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후손이 외지인에게 집을 팔 경우 집성촌의 명맥이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양동마을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마을 가운데 자리 잡은 교회입니다. 이전하는 것이 옳은 줄 알지만 마음들이 저마다 달라서 오랫동안 공론만 하고 있답니다.

그림ㆍ글ㆍ사진 김영택 펜화가(honginart@hanmail.net)
출처 : 조선일보(2005년 자료)




김영택 화백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국가브랜드위원회 선정 한국의 대표작가.
한국펜화가협회 초대회장.

1945년 인천 출생
197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1993년 국제상표센터(International trademark Center)에서 전 세계 그래픽 디자이너 54인에게 수여하는 '디자인 엠베서더(Design Ambassador) 칭호를 받음.

1994년 제 1회 벨기에 비엔날레 초청 작가.

2000년 국제 로터리 3650지구 '총재월신'에 펜화기행 연재.

2002년에서 2008년까지 중앙일보 ‘김영택의 펜화기행’,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중앙일보 ‘김영택의 펜화로 본 세계건축문화재’등 다양한 작품들을 연재.

2002년 통도사 주요 건축문화재 펜화 기록 작업.

2004년 인사동 학고재 첫 전시회 '펜화 기행 Ⅰ'전.


김영택 화백이 작품집 『펜화기행』을 출간했다(지식의숲).

경복궁·송광사·병산서원 등 전국의 문화유산 60여 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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